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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월/이순화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5년 0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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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노보경 작

사월

이순화

하얀 돛배가 창밖에 정박 중이다 밖에 배가 저렇게 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내가 또 어딘가 아픈가보다 앓고 있는 동안 꽃병에 꽃이 시들어 시취 냄새 흥건하고 나는 어둑한 방 열쇠를 잃어버리고 하얀 벽장 속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면 나는 이 어둡고 깊은 벽장 속을 아니 나가도 되는지 아픈 나를 벽장 속에 두고 아니 나가도 되는 건지 어딘지도 모르는 먼 길 떠나지 않아도 당신 괜찮겠는지 그냥 벌레처럼 발라당 뒤집어 죽어도 아니 죽은 채 하얀 돛배 보내도 되는 건지

둥근 잠 속에서 잠 속으로 미끄러져내려 한참을 앓은 뒤 부스스 눈 떠보면 앞을 막아서는 저 무서운 패러독스를 당신은 기억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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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우리는 저마다의 기타줄』에 수록된 시다. 2017년 첫시집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은 것들』과 2021년 두 번째 시집 『그해 봄밤 덩굴 숲으로 갔다』에 이어 2024년에 펴낸 세 번째 시집. 이 시인의 시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꿈 속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끊임없이 오간다. 어쩜 이런 시어들을 골라내어 시를 엮는지 그녀의 삶이 마치 꿈 속의 세계에 한 발을 딛고 현실 세계 속에 우뚝 서있는 느낌이다. 여리디 여린 꽃잎처럼 작은 미풍에도 파르라니 떨리는 감수성과 쉽게 상처받을 듯한 내면 세계, 그래서 벽장 속으로, 어둡고 긴 동굴 속으로 숨고 싶은 작가의 내밀한 감정이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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