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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에게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3년 03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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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만나서 위로를 전할 만큼 용기있는 어른이 못 된단다. 하지만 너의 이야기를 동생에게 전해듣는 순간, 내가 어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뭐라 말할 수 없이 안타까웠단다. 그리고 이 말을 너에게 해주고 싶었어.
너 잘못이 아니야.
넌 잘못한 것이 없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 

너가 학원 마치고 분식집 앞에서 뭔가를 먹는 친구에게 “한입만 주라.” 한 말에 친구가 정색하며 “싫어. 니가 사먹어.” 했을 때 의아하고 당황했으리라 생각해. 
왜냐면 그 친구는 너의 집에 놀러올 때 가끔 엄마가 해주는 떡볶이나 라면, 간식을 같이 맛있게 먹었고, 그날 장난스레 너가 한 말에 친구가 그렇게 대답하니 의문과 반발을 느껴졌을거야.
“너 우리집에 와서 울엄마가 해 준 음식 실컷 먹고 그러기냐?”라고 너는 물었지.
그 친구는
“그건 학원 같이 가려고 너희 집에서 기다리다 너희 엄마가 주기에 먹었을 뿐이야.”라고 말했다지. 너는 그 말에 너무 화가 난거야.
그 음식을 준비하기까지 시간을 들여 정성껏 준비한 너의 엄마에 대한 감사함도 모르고 그렇게 말한 친구에 대한 분노였을거야.

요즘은 감사함이 사라진 시대인 거 같아.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되는 세상이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하지만 혁아. 이 세상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단다. 너는 그것을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된거야. 너의 엄마가 너와 너의 친구를 위해 애쓰신 것이 얼마나 가치있고 고마운 일인지, 그것을 모르고 있는 너의 친구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을거야. 울컥하는 마음에 주먹을 휘두르게 된 것이고. 그런데 그 일이 어떻게 학교폭력 신고가 되었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가 없구나. 맞았고 때렸다는 그 사실에만 주목하는 건가? 언어 폭력도 폭력이 아닐까? 물론 이제와서 잘잘못을 따지자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 친구의 태도는 분명 너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행동이었어. 그 결과가 너에겐 깊은 상처로 남았으리라 생각해. 그 친구와 얽힌 다툼으로 인해 그 친구 엄마와 학교 선생님들까지 너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결과나 나왔을까?

어른들은 기존 관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거나 고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단다. 고집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끄러워지는 걸 싫어하고, 그냥 조용히 무마하고 빨리 넘어가길 바라지. 너가 입을 상처와 피해, 정신적 고통에 대해 누구 한사람도 마음 아파하거나 신경쓰지 않았구나. 너가 얼마나 상심하고 마음이 아팠을지 그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내 마음이 너에게 전해지기를.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내가 알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나는 여섯 명의 형제자매가 있었단다. 지금은 그 가운데 두 명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지만 아직도 네 명이 남아있지. 우린 옷을 물려주기도 하고, 서로 많이 먹고 가지려고 다투며 컸단다. 그러다보니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이 있고, 양보할 줄도 알고, 부모님이나 누군가가 베푸는 호의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저절로 배웠단다. 

요즘은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 셋이 있는 경우는 드물지. 그러다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다툼을 겪을 수가 없고, 경험하지 않은 일을 이해하기란 더 어렵다는 걸 안단다. 그래서 너희 또래들이 참 안타까워. 그리고 특히, 너의 친구는 사람 사이의 정(情)을 알지도 못하는 불쌍한 아이구나. 그러다보니 너의 엄마에 대한 감사함도 못 느끼고 너에게 그렇게 말한거라 생각해. 그 친구 입장에선 너의 엄마가 해 준 음식이 너와 무슨 상관인가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 그러면 할말은 없어. 그렇지만 그 친구에게 약간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너에게 사과했으면 해. 그건 그 친구의 몫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난 너를 보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고 너가 있어 이 세상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고 느껴. 너는 인간이 가슴깊이 간직해야할 정과 감사함을 아는 아이니까. 어른들이-학폭위에 참여한- 정말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때론 어른들의 개입이 너희 스스로 시간을 갖고, 다가서고 화해할 기회를 빼았는 건 아닌가 해. 너희들도 생각이 있고, 판단할 줄 알고, 그래서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든 그것을 책임질 줄도 알텐데, 너희를 인정해주고 지켜봐주지 못했구나. 어른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

나는 너의 얼굴도 나이도, 키나 몸무게 어떤 것도 알지 못 한단다. 단지, 너가 그 일로 인해 너무 큰 상처를 받았고, 그로 인해 학교에서 나왔고, 너의 마음 속에 세상 사람들과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걸 알아. 맞아. 세상 사람들이 부모님처럼 너에게 다들 호의적이지는 않단다. 그건 누구나 다 그래.
그리고 부모님도 어느 순간 정말 별볼일 없고 초라한 사람임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지. 지금의 너 나이쯤 나도 그걸 느꼈단다.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말렴. 그건 과정이니까. 

어른들의 생각하는 수준이 때로 얼마나 형편없고 옹졸하고 이기적인지 이젠 너도 확실하게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해. 그래서 그것이 어떻다는 거니?
너는 너일 뿐이야. 그러니 너 스스로 일어서렴.
그런 비겁한 어른들이 너에게 상처를 입히고 너를 흔들어 대더라도 너는 벌떡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고, 너는 앞으로 걸어갈 용기가 있는 사람이잖니.
힘을 내렴.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2023. 3. 7. 화요일에
부끄러움을 아는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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