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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성주문학회 정동수 회장, 두번째 시집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웃었다』 낭독회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2년 1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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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하고 있는 정동수 시인과 배창환 시인(사진 성주문학회)

성주문학회 회장인 정동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웃었다』(천년의시작, 2022) 낭독회가 ‘정동수의 시를 사랑하는 문인들’ 주최로 11월 26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청라언덕 아래 음악다방 「세라비」(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102길 60)에서 열렸다.

대구 경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문인들과 독자, 성주문학회원, 시인의 가족과 초등학교 친구, 지인 4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김수상 시인이 사회를 맡아 진행하였다.

하모니카 연주자 임대근의 여는 공연과 김윤현, 김용락 시인, 김순란 아동문학가의 축사, 노태맹, 성희 시인 등의 시 낭독, 배창환 시인과 대담으로 진행되었다.

아래는 정동수 시인과 배창환 시인의 대담 내용이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정동수 시인과 대담을 맡은 배창환입니다.
주말인데도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친구분의 축하 하모니카 연주도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입니다. 제가 이런 대담은 처음이라 좀 떨리지만 부족한 부분은 정동수 시인이 잘 메워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에게도 질문의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평소 정동수 시인의 시와 관련하여 대담 중 떠오르거나 평소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질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늦깎이 시인이라 할 수 있는 정동수 시인은 2016년 <시와 문화>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10년이 안된 문단 경력으로 좋은 시를 많이 써왔고, 성주문학회 대표를 3년간 맡아오면서 대경작가 이사를 겸하는 등 왕성한 활동에 비해, 시인의 이력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궁금하신 독자들도 있을텐데 우선 처음 시를 쓰게 된 동기나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어릴 때부터 막연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돌이켜보면 늘 제 속에 시가 웅크려 있었던 같습니다. 2013년도쯤 친구가 시를 밖으로 끄집어내 주었고 지금까지 용감하게 쓰고 있습니다.

♣ 정동수 시인은 1963년 성주 금수면 후평리, 순우리말 이름인 이실미에서 나서 수몰되기 전의 봉두초등학교에 5학년까지 다니다 대구로 나가 살았지만, 고향을 지극히 사랑한 시인이고, 또 지금은 고향 옛집에서 농민으로 일하고 시를 쓰며 살고 있습니다. 정동수 시인에게 고향은 어떤 의미일지, 고향의 어떤 힘이 시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대구로 이사 간 첫날, 밤에 잠자리에서 울었습니다. 그때부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일요일 시외버스를 타고 가끔 고향을 찾아가곤 했는데 고향은 눈물 나게 하는 곳, 발걸음을 떼게 하는 곳, 머물고 싶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보아오던 나무들, 바위들이 친구들 같고 그 품에 들면 그냥 좋았습니다.

♣ 첫 시집 『새를 만났다』는 2018년, 등단 2년 후 대구 지역에서 출판하면서 전국적으로 유통되기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되새겨보면 ‘고향의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깊은 애정, 고통과 굴곡진 삶을 헤쳐 온 자신의 정체성과 내면에 대한 성찰, 공동체의 평화와 이웃에 대한 관심 등을 삶에 밀착된 사색의 언어, 밀도 높은 감각적인 시어로 아름답게 형상화 시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정동수 시인이 농촌 또는 농민시인이란 삶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 제2시집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웃었다』는 그런 시들이 다소 줄어든 대신 시인의 내면 또는 사물과 더욱 깊숙이 들어가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단단한 감각적 시어와 견고한 짜임을 이어받으면서도 시적 대상의 ‘폭’을 줄이고 ‘깊이’를 더하는 시적 변모가 아닌가 하는데, 이 변모를 가져온 시인 나름의 내적인 계기나 필연성이 있었는지요?

다들 그렇겠지만 좀 치열했던 시간들이 지나가니 저에 대해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술가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환자다’란 말을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시를 쓰는 행위 역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속에 있는 말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듯이 제 속에 쌓여있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 이번 시집에서 특히 ‘당신’ 이라는 시어가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경어체를 사용한 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기도 또는 대화 형식에서 주로 차용하는 경어체를 시에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당신’과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아니면 다른 내용이나 형식적인 필요성이 있었는지요.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저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는 경우이다 보니 대화체의 형식이 필요했고 또 경어체를 쓰며 이야기를 하는 순간의 감정이 더 짙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어느 정도 짙은 감정이 필요했고 당신이란 단어의 의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정동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웃었다』 (천년의시작, 2022)

♣ 이번 제2시집의 시 해설을 쓴 권성훈 평론가는 ‘새로운 감정의 생산자’와 ‘어설픈 감정의 소비자’를 짝을 이루어 대조시켜 놓고 있는데요. 이것은 시인이 감정을 얕고 자주 표출하는 감상적인 시가 아니라 시의 창조에 기여하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감정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데요, 그렇다면 여기에 부응하는 가장 적절한 시가 어떤 것인지 한편 소개해 주신다면?


시에 감정이 좀 많이 개입된 것 같아 단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걸 평론가나 선생님께서 좋게 말씀해 주신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한 편을 고르라면 「구름과 바람과 저 새와 당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정동수 시인의 시는 쉬우면서도 견고한 언어로 짜여 있지만, 쉽게 전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마치 ‘안개’에 둘러싸인 어떤 그리움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시집에 나오는 첫 번째 시 「숲과 골짜기와 그 너머 있는」 에 담긴 ‘숲과 골짜기’, ‘너머’, ‘당신’, 같은 시어가 주는 어떤 암시에서 느껴지는 어떤 것입니다. 반면에 안개와 비 개인 날의 맑은 풍경은 이 시집의 마지막 시 「맑음」에서 보이는 동시와 같은 반짝이는 명징함 같은 것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편 다 아름다운 시이지만, 정 시인은 어느 시에 더 애착을 느끼는지요?

고타마 싯다르타가 이 땅에 붓다로 오기 위해 몇 번의 전생을 거치며 붓다가 되기 위한 업을 쌓아 마침내 이 땅에 붓다로 왔다 합니다. 이 비유에는 안 맞을지 몰라도 저는 전생에 슬픔만을 쌓은 것 같습니다. 슬픔이 저이고 제가 슬픔인 것 같은 착각 속에 늘 있습니다. 「숲과 골짜기와 그 너머 있는」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해서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제 속에 있는 슬픔을 건드린 시편들이 아직은 저의 감정을 사로잡습니다. 언젠가 맑고 명징한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일겠지만 지금은 저의 슬픔을 더 이야기할 때인 것 같습니다.

♣ 이건 좀 돌발질문이 될지 모르겠는데요. 시인의 시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입니다. 김수상 시인은 정동수 시인의 시평에서 “시의 입구는 평범하지만 시의 출구는 비범하다”면서 “뒤집기에 성공하는 시”들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수상 시인께서 한 말씀해 주시고 시인이 거기에 자신의 소견을 더해 주시면 어떨까요?

김수상 시인 : 정동수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더욱 돋보이는 면모는 시의 입구는 일상의 생활에서 출발했지만, 출구는 삶의 비의랄까, 삶의 진정성 같은 것으로 빠져나온 시들이 많아서 독자로서 시를 읽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이번 정동수 시인의 시집은 ‘그 너머’를 엿보는 시집인 것 같습니다. ‘그 너머’는 어리석음의 너머에 있는 ‘지혜’의 땅이기도 하지요. 자신을 벼랑으로 내몰아 마침내 대상과 한 몸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성찰과 반성이 없다면 시는 왜 써야 하나요? 포즈만 난무하는 시들이 들끓어서 시 읽기가 괴로운 시대에 정동수의 시들은 맑은 샘물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상과 자신을 함께 뒤집음으로써 사유의 갱신을 보여주는 시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정든 거리>, <감자밭에 뻐꾸기>, <바닥이라 불리는 수면> 같은 시들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김수상 시인께서 평자의 입장에서 말씀하신 것에 제가 딱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시 한 편을 읽어 주세요.

시에 대한 애착이라기보다‘그곳’에 대한 애착이라 하겠습니다.

후평리 1168번지 산벚나무

저 나무가 저기 서 잇게 된 까닭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그 나무 아래에서 발화되는 연애사들이
피어나는 꽃만큼 흐드러지곤 했답니다

그 꽃을 보고 동하지 않는 남녀가 있었다면 청춘이란 게
얼마나 한심하였겠냐고

꽃그늘엔 가지 물 트는 소리 같은 것이 끊이질 않았는데
부끄러운 꽃잎들만 얼굴을 돌리기도 분분히 지기도 했답니다

그 소문이 멀리 하늘에까지 전해져
별들이 내려오곤 하는데 오기까진 너무 먼 거리여서
빈 가지뿐이었지만 오래도록 가지에 앉아 무슨 분 냄새 같은 것이라도
남아 있을지 몰라 코를 킁킁거리고 있었답니다

지금 그 청춘 남녀들은 봉우리로 누워
두런두런 꽃 시절을 나누겠지만
아직도 봄은 그 가지에 목매어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

부리가 닳도록 우짖는 저 새는 어제의 새가 아니며
염속산을 넘어온 바람도 어제의 바람이 아니고
그 바람 바람에 흔들리며 피던 사람들도 어제의 사람이 아닌
사람들

새가 우니 봄도 아픈 줄 알았지만
꽃이 지고 우리가 지는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 앞으로 내게 될 제3시집은 어떤 시집이 될 것인지, 구상이 있다면 오늘 오신 분들을 위해 미리 귀띔해 주실 수 있는지요?

첫 시집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가능하다면 성주와 관련된 시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했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정동수 시인께서 오늘 참가하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을 해 주세요.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과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애쓰는 시인이 되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사진 성주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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