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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직지사 솔 숲 사이로 꽃무릇이 질 때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2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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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로 빨아들인 듯 대웅전 위 가을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진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웅전에 계신 부처님께 세번 절하고 뒤로 물러나 대웅전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 잠시 눈을 감는다. 칭칭 얽힌 마음의 타래들이 끊임없이 당겨진다. 이 순간만은 제발 좀 놓아 버리자. 손은 꽉 움켜쥔 체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미련하다. 미련한 줄 알면서도 발만 구른다. 들떴다가 가라앉는 이 출렁거림이 언제쯤 고요해질까. 

대웅전 처마 밑에 깃든 새소리가 들려온다. 열어 둔 법당 문으로 서늘한 바람이 가만히 등을 토닥이고 지나간다. 이내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귀에 들어오고 나무로 널을 놓은 마루바닥이 삐걱댄다. 부처님은 그저 고요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시는데 한 말씀만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웅전에서 나와 사명전으로 갔다. 사명전은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승병을 모아 왜적과 맞서 싸우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사명대사를 모신 사당이다. 사명대사의 선영을 마주하고 선다. 선명하고 단호한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느티나무 사이에 걸어둔 줄에는 소원을 적은 작은 연등들이 솔방울처럼 흔들린다. 공부 잘 하도록 해주세요, 좋은 곳에 취직하기를, 건강을, 만수무강하기를, 가족들이 화목하기를 비는 마음들이 빼곡하다.



돌돌 경내를 흐르는 냇물 소리가 시냇물 속 송사리떼를 잡으려고 눈을 반짝이며 들여다보던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금붕어를 잡으려다 신발이 벗겨져 냇가 바닥에 숨겨져있던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발바닥을 베어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었다. 상처를 대강 싸매고는 신발을 질질 끌며 집으로 돌아갔다가 엄마에게 혼나기도 하고. 

솔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마음 깊숙이 쌓인 불안과 우울, 권태와 감정의 찌꺼기를 옅어지게 한다. 알싸하고 시원한 솔향이 피부를 통해 몸 속을 휘돌아 나간다. 솔숲 아래 선홍색 꽃무릇이 지기 시작했다. 

9월 초순부터 꽃무릇 소식이 날아들었으니 9월 하순인 지금쯤이면 질 때도 됐다. 꽃잎보다 수술과 암술이 더 길고 갸냘픈 꽃. 상사화라고도 하는 애달픈 꽃을 바라본다. 때때로 잊고 사는 여동생과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의 얼굴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 가장자리에서 친구와 함께 학창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회사에 들어가서 대학을 다니다가 공부를 포기했던 이야기, 힘겹게 아이들을 키워낸 이야기와 다시 공부해서 방송대를 졸업한 이야기를 듣는다. 눈이 시리게 푸른 가을 하늘이 좋다는 친구와 소나무로 둘러싸인 오솔길과 메타세쿼이어 나무 사이를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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