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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후설의 현상학 : 엄밀학으로서의 철학4 / 이재성(계명대)교수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2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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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설의 현상학, '엄밀학으로서의 철학'4

이재성(계명대)

3편에 이어

16. 따라서 현상학적 사태로서의 지향성은 “의식은 언제나 무엇에 관한 의식이다”라는 의식이 지닌 본질적 속성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무엇에 관한 의식’이라는 지향성에 대한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대상과 그를 향한 의식으로서의 지향성은 서로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 사이에는 그 본질 구조에 있어 독특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 양자 사이의 상관관계에 따르면 의식의 대상이 없는 의식은 없으며, 의식 작용이 없는 의식의 대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후설은 ‘무엇에 관한 의식’으로서의 지향성을 ‘사유’라는 의미를 지닌 희랍어 명사를 빌려 ‘노에시스Noesis’라 부르고, 의식이 향하고 있는 ‘무엇’, 즉 지향성의 대상적 상관자를 ‘사유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희랍어 명사를 빌려 ‘노에마Noema’라 부르며, 양자 사이의 상관관계를 ‘노에시스-노에마 상관관계Noesis-Noema Korrelation’라 부른다.


17. 노에시스-노에마 상관관계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 세 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각각의 서로 다른 대상 영역에는 각기 다른 본질적인 구조를 지닌 노에시스가 향하고 있으며, 따라서 서로 다른 본질적인 구조를 지닌 노에시스-노에마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예컨대 물리적 대상을 향한 노에시스의 본질 구조는 역사적 대상을 향한 노에시스의 본질 구조와 다르며, 그 결과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노에시스-노에마 상관관계 역시 전혀 다른 본질 구조를 보인다. 

2) 노에시스-노에마 상관관계는 모든 대상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상, 즉 보편적인 상관관계이다. 

3) 엄밀학으로서의 철학의 이념을 추구하는 현상학은 경험과학이 아니라 현상의 본질 구조를 탐구하는 본질학Wesenwissenschaft이며, 따라서 현상학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노에시스-노에마 상관관계의 경험적 구조가 아니라 그의 불변적이며 초시간적인 본질 구조이다.


18. 지향성을 탐구 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현상하는 대상das Erscheinende’, 즉 노에마와 이 노에마를 현상하는 ‘현상 작용das Erscheinen’, 즉 노에시스를 탐구 주제로 삼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현상학적 의미의 ‘현상Phänomen’은 ‘현상 작용’과 더불어 ‘현상하는 대상’도 의미하며, 이런 점에서 현상 개념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여기서 우리는 노에시스-노에마 상관관계 때문에 지향성에 대한 탐구가 필연적으로 이중적인 의미에서 ‘현상에 관한 학’, 즉 현상학이 됨을 알 수 있다.


19. 지향성이라는 사태를 그 본질에 적합하게 분석하여 엄밀학으로서의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을 수립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단계와 종류로 나누어지는 ‘환원Reduktion’이라 불리는 방법이다. 

모든 현상학 연구의 기본 방법은 후설이 개발하고 사용한 환원이다. 우선 환원의 정체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후설이 제시하는 명증 원리, 혹은 직관주의라는 방법론적 근본 요청을 해명해야 한다. 

직관주의라는 방법론적 근본 요청에 따르면 모든 유형의 참다운 인식의 최종적인 원천은 사태에 대한 근원적인 직관이다. 지향성이라는 사태에 대한 엄밀한 개념의 획득과 그에 기초한 엄밀학으로서의 현상학 수립은 사태의 본성과 무관한 자의적인 개념 구성과 개념 유희 또는 사태와 무관한 공허한 사변으로부터 해방되어 지향성이라는 사태 자체로 귀환하고 이 사태를 근원적으로 직관할 때만 가능하다. 

후설은 이것을 “(사태를) 근원적으로 드러내 주는 직관이 모든 인식의 권리 원천이다.”라는 명제로 정식화하면서, 이를 ‘모든 원리주의 원리das Prinzip aller Prinzipien‘라고 부른다.


20. 그러나 지향성이라는 사태로 귀환하여 그 사태를 직관하고 그에 기초해 엄밀한 개념을 획득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일상적 삶을 영위해 나가는 자연적 태도에서 우리의 시선은 대부분 외계 대상과 그들의 보편적 지평인 세계를 향해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대상과 세계를 향한 지향성은 자연적 태도에서 단지 부분적으로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거나 혹은 전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폐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설에 따르면 자연적 태도 속에 들어 있는 이러한 은폐 성향은 현대에 접어들면서, 특히 자연주의가 대두하면서, 더욱더 극단화되어가는 추세에 있다. 지향성이라는 사태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이 가능하기 위해서 우선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자연주의적 선입관, 더 나아가 자연적 태도 속에 들어 있는 근원적인 은폐 성향으로부터 벗어나 지향성이라는 사태 자체로 귀환할 수 있는 철학적 방법을 확보해야 하는데, 후설은 이 방법을 ‘현상학적 환원phänomenologische Reduktion’의 방법이라 부른다. 

더 나아가 현상학은 본질학이며 따라서 현상학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현상학적 방법 이외에 지향성이라는 사태의 본질 구조, 형상적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후설은 ‘본질 직관Wesensanschauung’의 방법 혹은 ‘형상적 환원eidetische Reduktion’의 방법이라 부른다.


5편에 계속

↑↑ 이재성 계명대(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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