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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후설의 현상학 : 엄밀학으로서의 철학1 / 이재성(계명대)교수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2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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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설의 현상학, '엄밀학으로서의 철학'1

이재성(계명대)

1. 현상학(現象學, phänomenologie, phenomenology)은 ‘의식으로 경험한 현상을 인과적으로 설명하거나 어떤 전제를 가정하지 않고 직접 기술하고 연구’하는 것을 제1차적 목표로 삼는 20세기 현대철학의 한 사조다. 

현상학이라는 말 자체는 18세기 독일의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요한 하인리히 람베르트가 자신의 인식론 일부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리고 19세기에 헤겔은 『정신 현상학Phänomenologie des Geistes』(1807)에서 감각적 확신(즉 경험)으로부터 절대지(絶對知)에 이르는 인간 정신의 전개과정을 추적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현상학 사조는 20세기 초에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2. 현상학은 오스트리아 메렌주 프로쓰니츠(Prossnitz) 출신의 독일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의 구호 ‘사태 자체로’(Zu den Sachen selbst)에 동조하는 사조를 총괄하는 것이다. 

이 구호는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에 대한 아주 새로운 접근법, 즉 가능한 한 개념적 전제를 벗어던지고 그 현상을 충실히 기술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더욱이 현상학의 지지자들은 대부분 경험 또는 상상으로 얻어진 구체적 사례를 머리속에서 체계적으로 변형하면서 면밀히 연구하면 이 현상의 본질적 구조와 관계를 통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몇몇 현상학자들은 현상이 인간의 대상 지향적 의식 속에서 나타나는 방식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현상의 이런 정태적 측면을 넘어 그 발생적 측면, 예컨대 어떤 책이라는 지향된 현상이 어떻게 경험 속에서 ‘구성’되는지를 연구하려는 현상학자들도 있다. 

후설도 이런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현상이 실재한다’는 믿음을 잠정적으로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끝으로 실존적 현상학은 예컨대 불안과 같은 특정 현상의 의미를 특수한 ‘해석학적’ 현상학을 통해 탐구한다.

3. 현상학은 실증주의와 전통적 경험론과 비교해서 경험의 실증적 자료를 무조건 존중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이 자료를 감각경험에 제한하지 않고 관계나 가치 등 비감각적·범주적 자료도 직관적으로 나타나는 것인 한 허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현상학은 보편자를 거부하지 않는다. 현상학은 주어가 술어를 논리적으로 함축하고 진리치가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선천적 분석명제(예를 들면 ‘모든 물체는 연장을 가진다’)와 주어가 술어를 논리적으로 함축하고 진리치가 경험에 의존하는 후천적 종합명제(예를 들면 ‘내 옷은 빨갛다’)를 인정할 뿐 아니라, 주어가 술어를 논리적으로 함축하지 않고 진리치가 경험에 의존하지 않으며 경험적으로 주어진 것들 사이의 본질적 관계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 선천적 종합명제(예를 들면 ‘모든 색은 연장을 가진다’)도 인정한다.

보편자 [철학 ] 개별 사물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본질적 특성을 이르는 말.
진리치 [철학 ] 명제나 명제 변수가 취하는 값. 일반적으로 ‘참’과 ‘거짓’의 값을 이르나, 다치 논리(多値論理)에서는 그 외의 값도 상정한다.
분석명제 [철학 ] 분석 판단을 내용으로 하는 명제.

4. 현상론과 달리 현상학은 우선 인식론이 아니고 현상과 실재를 엄격하게 구분하며, 현상(감각 또는 감각 가능성)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좁은 견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상학의 관점에서 보면 현상론은 현상에 대한 인간 의식의 지향구조가 복잡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경험을 포기하더라도 개념적 추론을 강조하는 합리론과 달리 현상학은 개념과 모든 선천적 주장이 직관에 기초하고 직관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추론 [철학 ] 어떠한 판단을 근거로 삼아 다른 판단을 이끌어 냄.

‘오컴의 면도날’ 원리를 적용하여 직접적으로 주어진 복잡한 것 대신 단순화한 구조를 강조하는 분석철학과 달리 현상학은 주어진 것을 변형하고 재해석하는 데 반대하고 그 자체로 분석하려 한다. 

언어철학처럼 현상학도 일상언어의 의미로 주어진 현상들 사이의 구분을 존중하지만 일상언어 분석이 현상을 연구하는 충분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상언어는 현상의 복잡성을 완전히 드러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는 객관화할 수 없는 것을 객관화하려 하기 때문에 현상학적 분석과 기술에 부적합하다고 보는 실존철학과 달리 현상학은 인간이 비록 조심해야 하지만 이런 현상을 다룰 수 있고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5. 후설이 무엇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는지는 그의 논문 「수의 개념Der Begriff der Zahl」(1887)에 잘 나타나 있다. 수는 자연 속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산물이다. 

이때 후설은 어떻게 수의 구성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논문이 중요한 것은 ‘반성’, ‘구성’, ‘기술’, ‘의미의 구성’ 등 나중에 후설의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념들에 관한 최초의 연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연구Logische Untersuchungen」(1900~01)의 제1권, 「프롤레고메나Prolegomena」에서 후설은 심리주의를 비판한다. 후설은 이 단계에서 아직도 논리구조를 제공하는 심리행위를 면밀히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는 기술심리학 연구인 듯한 인상을 주지만 핵심주제는 ‘심리행위의 본질적 구조’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를 통해 프란츠 브렌타노의 지향성 개념은 더욱 풍부하고 세련된 의미를 얻게 되었다. 

후설은 지각직관과 범주직관을 구분하고 범주직관의 주제는 논리관계라고 주장했다. 현상학의 참된 관심사는 「로고스 Logos」에 실은 논문 「엄밀학으로서의 철학Philosophie als strenge Wissenschaft」(1910~11)에서 처음으로 분명하게 규정되었다. 이 글에서 후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2개의 테제, 즉 자연주의(Naturalismus) 및 역사주의(Historismus)와 대결하고 있다.

2편에서 계속

↑↑ 이재성 계명대 철학과 교수

이재성 교수님 프로필

독일 아헨(RWTH Aachen) 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정치학을 수학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헤겔의 체계철학』, 『하이데거 철학 삐딱하게 읽기』가 있고, 역서로 『변증법 이론의 근본구조. 헤겔의 논리학에 있어서 변증법적 범주발전의 재구성과 수정』, 『웃음의 철학』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루소의 정치철학에 대한 헤겔 비판」, 「아펠과 하버마스의 담론윤리의 의미」, 「헤겔 정치철학에 대한 일고」, 「헤겔의 정신철학에서 정신개념의 변증법적 구조」, 「헤겔의 정치철학 : 헤겔은 자신의 국가철학을 어떻게 정당화시키고 있는가?」, 「헤겔의 자연철학 : 논리에서 자연으로의 이행문제」, 「서양의 생태사상과 사유방식의 문제에 대한 일고」, 「공직 부패로부터의 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철학적 최종근거지음과 오류주의의 문제」, 「의료 윤리적 관점에서 생명과 죽게 내버려둠의 문제」, 「로컬리티의 연구동향과 인문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 「근대와 탈근대 담론에서 존재론적 ‘사이’로서의 로컬리티」 등 수십 편이 있다. 헤겔의 이론을 비롯해 근대독일철학, 정치사회철학, 생태철학, 응용윤리 등을 연구해왔으며, 이외에도 다문화주의, 초국가 시대의 시민권 및 인권 논의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Tabula Rasa College 교수로 재직하면서 계명-목요철학원 기획사업 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E-mail: ssyi@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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