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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을 나와서
이순화
둥근 방을 버리고 집을 나왔다 안녕이라는 인사도 없이, 평화를 두고 송곳으로 두꺼운 살갗을 후벼파는 고통은 황홀했다. 전생을 들여다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 얼마나 여유로운가 손발이 저 맘대로 놀았다
둥근 방을 탈출해 뾰족한 새싹으로 살기로 한 씨앗의 불안한 후생은 또 얼마나 천진난만한가 버린다는 것은 고통을 감내한다는 것 나는 겁도 없이 손금을 버리고 맹목을 살기로 했다 갑각류의 단단한 외피를 찣어발기고 밖으로 흘러나오는 붉은 꽃잎, 피 철철 흘리는 고통은 얼마나 숭고한가
나는 고요한 방을 버리고 볼온한 문밖을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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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화 시인 2013년 시 전문지 『애지』등단. 난설문학회 회장 역임 시집『지나가지만 지나가지 않은 것들』, 『그해 봄밤 덩굴 숲으로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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