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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니체, 존재(存在) 철학에서 생성(生成) 철학으로1 이재성(계명대)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2년 0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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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존재(存在) 철학에서 생성(生成) 철학으로
-현대 사유의 문을 열다-


이재성(계명대)


1.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 가운데 인간의 사고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 인간의 대부분의 경우 외적 규범의 노예에 불과하다는 것을 열정적으로 외친 사상가가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이다. 

그는 1844년 독일 라이프치히 근처 뢰켄(Röcken)이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루터교 목사였고 어머니 역시 목사의 딸이었다. 이러한 가정환경에 따라 니체의 어린 시절 꿈은 목사였다. 어릴 적 그는 친구들에게 작은 목사라 불릴 정도로 신앙심이 깊은 소년이었다. 

4살 때 아버지가 뇌 이상으로 사망한 후 할머니와 어머니를 비롯한 여인들의 보살핌 속에서 섬세하고 감수성 예민한 소년으로 성장했다. 조숙했던 그는 일찍부터 시와 음악 그리고 철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2. 니체는 현대철학자들의 인터넷과 같다. 누구든 니체라는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며 영감을 얻고, 누구든 한마디라도 댓글을 남기며, 또 모든 댓글은 제각각이다. 마치 수많은 파리 떼를 거느린 거대한 들소가 지나가듯 니체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시선을 거느린 채 서양 철학사를 천천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정신병이 니체의 사유를 산산조각 냈을 때 그 깨어진 껍질에서 흘러나온 것이 바로 현대철학이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 등 수많은 현대철학이 니체의 조언을 얻으며 전진하였다. 그렇다면 왜 니체인가? 답은 명확하다. 현대적 사유가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선 ‘망치를 들고 탑을 무너뜨리는 자’, 바로 플라톤 이후의 서양철학의 ‘가치를 전도시키는 자’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3.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의 인생에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견고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동과 향락 속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실에서 공허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지만 진정으로 살고 있다는 존재감을 느낄 수 없으며 자신의 인생은 결국 ‘무’(無, Nichts)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것이 니체가 말하는 니힐리즘(Nihilism), 즉 허무주의의 지배이다. 

표면상으로 현대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물질주의와 향락주의의 이면에서 사실은 니힐리즘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체는 자신의 시대와 다가올 20세기를 허무주의가 지배하는 시대라고 보았다. 1)

1)허무주의는 세 가지 얼굴로 나타난다. 첫째, 소극적 허무주의. 이것은 의지의 소멸을 지향한다. 의지하는 것은 귀찮다. 하지만 귀찮아하는 것 자체도 귀찮다. 둘째, 반동적 허무주의. 이것은 무를 의지한다. 죽음에의 욕동이다. 해방은 오직 죽음으로써만 이루어진다. 셋째, 부정적 허무주의. 이것은 초월을 지향한다. 하나님 아버지를 찾는 어리석은 기독교인들이 그 단적인 예이다.

그는 기독교가 그 신빙성을 상실한 후 나타나게 된 의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유주의, 인종주의, 국수주의 그리고 사회주의 등과 같은 근대적 이데올로기(Ideologie)가 대두할 것이나 그것들은 실은 기독교적 사유방식의 연장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 이후의 의미 공백을 메울 수 없다고 보았다.


4. 니체는 유럽의 근대를 형이상학적‧도덕적 가치들이 탈가치화하는 허무주의 시대로 진단한다. 이러한 허무주의의 징후는 여러 가지로 표현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기독교적 세계의 몰락이다. 니체가 ‘대중적 플라톤주의’라고 부른 기독교는 가치의 자리를 ‘피안’으로 가져감으로써 인간의 현세적 삶, 즉 ‘차안’을 부정했는데, 근대에 와서는 피안에 있는 가치의 세계가 여러 차원에서 의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피안의 가치에 중심을 두고 짜인 삶의 가치 체계는 허무(虛無)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허무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니체는 기독교 붕괴 이후에 초래된 의미 공백을 진정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피안이나 미래를 위해서 ‘지금과 여기’를 희생하는 기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사유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유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5. 니체는 스스로 서양 전통문명에 대한 최대의 파과자이면서 새로운 문명을 낳는 최대의 창조자이고자 했다. 2) 그는 플라톤적인 형이상학과 기독교에 의해서 지배된 2,500년 동안의 서양 문명을 파괴하려고 하며, 이런 의미에서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Wie man wird, was man ist』에서 자신을 다이너마이트라고 부르고 있다. 

2)서구 기독교적 가치는 ‘원한=앙심’, ‘가책=죄의식’, ‘금욕’으로 구성된다. 니체는 서구문명은 그리스‧로마적 건강함을 유대‧기독교적 병약함으로 대체함으로써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고대적 환희와 승리가 중세적인 어두침침함과 비틀림에 의해 더럽혀졌다고 본다. 니체는 서구문명이 ‘로마적인 것’과 ‘기독교적인 것’의 대립의 역사이며, 후자가 전자를 정복함으로써 서구의 몰락이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그는 생성 소멸하는 현세와 육체 그리고 본능과 충동을 덧없고 사악한 것으로 멸시하고 피안과 창백한 이성만을 영원하고 선한 것으로 간주하는 병든 사상이라 간주하는 플라톤적인 형이상학과 기독교를 파괴하고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진정으로 건강하고 강인하게 만들 수 있는 가치들을 창조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새로운 가치들 위에 유럽 문명을 새롭게 세우고자 했다. 해서 일반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시대나 지역의 고유한 편견 내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니체만큼 격렬하게 비판한 사람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다. 

그의 기본적인 입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늘 우리에 대해 필연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 타인이다. 우리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늘 우리를 잘못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각자가 각자에게 가장 먼 사람이다’라는 격언이 영원히 적용될 뿐이다. -우리에 대해 우리는 결코 ‘인식자’일 수 없다-”(『도덕의 계보Zur Genealogie der Moral』)


6. 니체는 우리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다고 단언한다. 헤겔식 용어로 바꾸면 ‘자기의식’을 갖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라는 뜻이다. 즉 동물과 같은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니체의 비판의 근원은 어디서 출발하는가? 

그는 고전문헌학자로 출발한 연구자다. 고전문헌학이라는 학문은 연구자에게 특수한 마음가짐을 요구한다. 바로 과거의 문헌을 읽을 때 현재 자신이 지니고 있는 정보나 지식을 일단 ‘괄호 속에 넣어야’(epoche : 판단의 보류)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대인이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힘든 감수성과 심성을 가치중립적인 방법으로 충실히 재현할 수 없다. 니체는 서로 다른 정신의 활동에 편견 없이 공감하는 능력을 고전문헌학을 통해서 체득했다. 그의 탁월한 공감능력은 처녀작인 『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ödie』에서 잘 드러난다.


2편에서 계속

↑↑ 이재성(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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