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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들풀거미/장진명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1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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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거미
                                                       
                          장진명                   

나도 들풀거미라 불러다오
이 도시가 자라는 동안
무릎 꺾이지 않으려고
고층빌딩을 수 없이 오르내리던 기억 속에는
잡아뗄 수 없이 꽉 짜여진 슬픔이
캄캄한 지층의 무게로 눌리고 있다
어느 땐가 운 좋게
윤회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이상
이 바다 속,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리라
만에 하나라도
어느 볕 좋은날 골라서 할 수만 있다면
나도 들풀거미가 되고 싶다
허공중에 고단한 관절 축 늘어뜨린 채 멀거니 매달려
축축한 것들 은빛으로 말려내고 싶다
아니다 아니다
벽오동이면 더욱 좋고 길버들이라도 괜찮겠다
저녁별 아슴한 가지에 기대어
내 누이 낡은 스웨트 올 풀어내듯
무명의 몸뚱아리 마저 없어지도록
거미줄로
은빛 거미줄로 찬찬히 풀어내
내 인생 平平하게 다시 한번 짜보고 싶다
들풀거미

↑↑ 장진명 시인
칠곡 출생
칠곡문협회장 역임
난설문학회 초대회장
제30회방송대문학상
<사람의문학>등단
시집<흑두루미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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