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장유의 동네책방 ‘숲으로 된 성벽’에 가까이 갔을 때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따스한 조명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15일 오후 3시부터 열린 작은 옷가게 ‘슈가’ 사장님의 에세이집 ‘나는 작은 옷가게 사장님입니다’ 출판기념회가 한창이다.
책방 중앙에 둥근 탁자를 놓고 니트를 입은 강은미 작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탁자에는 노란색 표지의 ‘나는 작은 옷가게 사장님입니다’ 에세이 여러 권과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작가와 마주보게 놓인 의자에는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질문을 주고 받았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책에서 읽은 작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첫 출판기념회라 많이 떨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신있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작가의 당찬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대학 졸업식에서 사은회를 주도하던 활달함이 내재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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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강은미 작가 카카오스토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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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자가 “동대문 시장에 처음 갔을 때 어떻게 감당했습니까?”라고 묻자 “울었잖아요”라는 작가의 솔직한 답변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은미 작가는 "혼자 처음 갔을 때 진짜 겁났다"며 “40대 초반까지 병원과 집 이외에 사진반 수업이 처음이었고, 옷가게를 이틀만에 덜렁 결정하고 동대문 시장에 한번 동행하고 그 다음부터 혼자가니 아는 사람은 없고 얼마나 치열한 지 쭈삣쭈삣하면 사람들이 거들떠도 안보고 귀찮아해서 겨우 말을 붙여 물건을 사면 두세시가 되는 거예요.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눈물이 쏟아져서 울었어요. 한번은 울어야 돼요“라고 했다.
또 다른 독자가 “옷가게를 시작하던 때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거냐?”고 물었다.
작가는 아마 그럴거 같다면서 오랫동안 근무하던 치과에서 난리가 났는데 당시에는 이직할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우물만 파는 성격인데 그 순간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지금이 기회다, 지금 안하면 못하는 일이고 곁에 조력자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앞서 옷가게를 하던 순미씨와 쌓아온 신뢰가 있고, 도와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그래서 겁없이 시작했고, 한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어요. 다시 온다해도 선택했을 거예요. 얼마전 모르는 분이 상담을 해왔는데 이거 아니면 안된다고 각오해야 돼요. 설령 실패하더라도 큰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이었고, 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라고 답했다.
아래는 독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약한 내용이다.
앞으로의 포부나 계획이 있나요?
최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되느냐에 대해 고민했고, 최종 목표는 글쓰는 할머니에요. 옷은 워낙 좋아하는 분야기 때문에 빠질 수 없고, 두가지를 최대한 병행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이전에는 옷이 90이고 글쓰는 게 10이었다면 책을 내면서 절반 이상 글쓰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어요. 이제는 책과 관련된 일을 조금씩 개척하고 방향성을 찾으려고 해요. 저는 병아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글을 쓰면서 한권의 책이 나왔을 때 기분이 어떠했나요?
처음에 책이 나왔을 때 한동안 안 믿어졌어요. 그냥 멍했고 의외로 덤덤했어요. 시간이 지나 다시 글을 읽으면서 아 이게 내가 쓴 글이고, 내가 쓴 게 맞구나 생각했고 제2의 다른 삶으로 나가는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해요.
처음 제목을 정할 때 ‘작은 옷가게 큰 기쁨’으로 했다가 ‘나는 글쓰는 옷가게 사장님입니다’라고 바꿨어요. 그런데 ‘글쓰는 옷가게 사장님’이라니 얼마나 글을 잘 쓰길래, 또 옷가게가 얼마나 한가하길래 글까지 써? 큰 옷가게하면서 직원있고 커피 마시면서 글을 쓰겠지 약간 그런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글쓰는’을 뺐어요. 그리고 옷가게 사장님이라면 골프샵이나 브랜드샵도 많잖아요. 옷가게를 해보면 한시간도 글을 쓸 시간이 없다는 걸 잘 아실거예요. 이 책이 나와서 옷가게 사장님들이 본다면 ‘무슨 샵을 크게하는 여자구나, 자기 자랑하려고 썼네’ 이런 느낌을 받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앞에 ‘작은’을 붙였어요. 어쨌든 작은 옷가게를 어필해야 될 거 같았어요. 바쁜 사람인데 글 썼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다음에 책을 내면 그때는 ‘글쓰는 옷가게 사장님입니다’라고 하려고요.
노년에는 글쓰는 할머니가 꿈이기 때문에 그때는 옷장사를 할 수 없잖아요. 보따리 장사를 할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수입이 있어야 하고, 인세만으론 힘들거 같고 나중에 글쓰는 할머니가 꿈이긴 해요. 동시도 쓰고 싶고 시도 쓰고 싶어요.
작은 책방 ‘숲으로 된 성벽’ 전현주 선생님은 “출판사에서도 사장님의 따뜻함 때문에 반하셨다고 하는데 저도 사장님을 전혀 모를 때 책방을 내려고 돌아다니면서 간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무 상관없는 슈가 사장님이 책방 간판디자인을 혼자하고 계셨어요. 지금 책모양으로 된 디자인을 직접 해주신 거예요. 그래서 저희 책방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도록 했어요. 우리 동네 온기를 1도 2도 올려주는 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두 사람의 인연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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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강은미 작가 카카오스토리에서 |
| “옷가게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은 6월쯤이었는데 카드가 아직 안될 때 책방 사장님 내외분이 옷가게에 손님으로 오셨어요. 저녁 무렵 마자켓를 샀는데 저희 가게 첫 손님이었어요. 자켓 가격이 십오만원 쯤이었는데 현금으로 바로 결재하는 거예요. 그 인연으로 다음에 들러서 간판을 물어보기에 며칠간 고민한 디자인을 메일로 보내드렸고 그래서 완성된 거예요” 그렇게 인연을 만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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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강은미 작가 카카오스토리에서 |
| 김태영 씽크스마트·도서출판사이다 대표는 “전국에는 7만개가 넘는 출판사가 있고, 교보문고에만 하루에 올라오는 신간이 매일 400여종이나 돼요. 거기에서 에세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그 속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죠. 하루에만 원고투고가 20여개씩 들어오는데 한달에 한두개가 성공할까요? 그만큼 어렵죠.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편하게 읽히더라고요. 기교도 없고 그냥 이야기하듯이 쉽고 따뜻하게 읽혀서 출판을 결심했어요”라고 말했다.
책방 앞쪽이 근린공원이라 뉘엿이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단풍이 짙어가는 늦가을 오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