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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궁폭포(사진 문경시) |
| 문경새재(17)
이정록
17. 여궁폭포(女宮瀑布)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곡추이골이다. 개울을 흐르는 물소리가 정겨운 곡추이골 숲속 길을 1km 정도쯤 올라가면 신비의 여궁폭포를 만나게 된다.
여궁폭포로 오르는 길은 언제고 한적하기만 하다. 새재 골짜기에 사람들의 물결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철에도 이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여 고즈넉함을 면치 못한다. 잡다한 세속의 고달픔을 잠시 덮어두고 고요히 홀로 명상에 잠기고 싶을 때, 또는 깊은 사색 속으로 빠져들고 싶을 때, 그럴 때에 여궁폭포로 오르는 산길을 권하고 싶다.
녹음이 짙은 계절이면 이곳 곡추이골은 푸른 차일을 친 듯 초록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조선조 인조 때 대제학을 지낸 백주 이명한은, 녹음은 천경만경으로 펼쳐졌고 황조는 꾀꼴 꾀꼴하고 목청을 가다듬는다고 하였다. 신록이 끝도 없이 펼쳐진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지만 꾀꼬리의 고운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어쩌다 한 소절씩 울어주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있어 환상적이라고까지야 할 수 없지만 적적하지만은 않은 곳이다.
여궁폭포 주변의 경관은 춘하추동 사계절마다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지만 그중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경치를 으뜸으로 꼽고 싶다. 신록으로 말끔하게 단장한 곡추이골 골짜기에 5월의 맑은 햇살이 내리면 세상은 온통 눈이 부신다.
초록의 고운 자태는 신록뿐이 아니다. 개울의 물빛도 초록이고 돌 틈 사이를 간지럼처럼 흐르는 물소리도 해 맑은 초록이다. 하늘도 땅도 왼통 초록인 5월의 여궁폭포로 오르는 그 오솔길----- 옛 얘기 같은 그 오솔길은 정말이지 혼자 걷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소월의 시 산유화가 생각나게 하는 이 길은 봄 여름 가을 야생화가 피어나고 철철이 피어나는 그 꽃들이 좋아서 산에 산다는 산새가 있어서 좋은 곳이다.
여궁폭포가 가까워질수록 길은 좁아지고 경사는 급하여 쉬엄쉬엄 쉬어갈 수밖에 없다. 폭포 소리가 메아리처럼 은은히 들려올 무렵이면 길인지 아닌지도 모를 산짐승들이나 다녔음직한 그런 길을 가야하는데 돌부리에 걸리면 개울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폭포 주변의 특유하고 웅장한 모습을 접하면서 주위 경관에 매료되어 험난한 산길이지만 탓하고 싶지가 않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하늘나라에는 아름다운 일곱명의 선녀가 살고 있었는데 달이 밝은 밤이면 칠선녀들은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와 여궁폭포 파랑소에서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동화속의 그곳처럼 여궁폭포는 신선이 머물만한 곳이다.
여궁폭포는 마치 여인의 하부를 닮았다하여 여궁폭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여궁폭포는 거대한 바위 중앙부가 양쪽으로 갈라져 깊게 골을 이루고 그 골 사이로 물줄기가 숨어가며 물줄기를 쏟아져 내리는 독특한 형상을 한 폭포이다.
20m가 넘는 높은 곳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에 소를 이루는 소가 파랑소인데, 명주실 한 꾸리를 다 풀어도 끝이 닿지 않았다는 파랑소는 교귀정 밑의 용추와 서로 물길이 이어졌다는 얘기가 전하기도 한다. 아무튼 여궁폭포는 별난 폭포이며 어머니의 품속처럼 편안함을 느끼는 폭포이기도 하다.
여궁폭포는 무당들의 신 내림을 받는 장소로도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폭포 주변에 울긋불긋한 천들은 신 내림을 한 굿의 흔적인 듯하다. 또한 여궁폭포에서 치성을 드리면 자식을 얻는다는 얘기도 함께 전하여 여기저기에 영험을 보려는 치성의 흔적 또한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여궁폭포는 이렇게 신 내림을 받기 위하여 굿을 하러 오는 사람과 자식을 얻으려고 치성을 드리려는 사람들의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목적으로 은밀히 찾는 곳이기도 하다.
폭포수가 담겨지는 물웅덩이의 물빛이 파랗게 곱다고 하여 파랑소라고 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파랑소에는 흰 손수건을 담그면 금방 파란색으로 곱게 물이 들 것만 같다. 계절의 여왕 5월, 여궁폭포는 기암괴석의 절벽과, 메아리가 되어 묘한 여운을 남기며 울려 퍼지는 폭포 소리와, 주변의 끝도 없이 늘려있는 녹음과, 이따금씩 울어주는 뻐꾸기의 울음과, 정갈한 파란 물빛의 파랑소가 있어서 정말 좋은 곳이다.
여궁폭포
아주 먼 옛날에는 달이 밝은 밤이면 일곱 선녀가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와 파랑소에서 목욕을 했다지만 지금은 산목련 붉은 꽃을 기다리다 5월이 저무는 곳
메아리와 메아리가 얽혀 천지는 온통 쏟아지는 물소리뿐이고 파랑소 파란 물속엔 종일토록 사람 그림자 하나 비추지 못하고
꼬리깃을 다듬느라 정신을 놓아버린 산까치는 파랑소 물속에 비춰진 제 모습에 반해서 5월이 다 가는 줄도 모르고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