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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문경새재(16) 주흘산 산신각 /이정록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5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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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신각


문경새재(16)


이정록


16. 주흘산 산신각

 새재에는 산신각이 두개가 있다. 제3관문인 조령관 서쪽에 조령산 산신령을 모신 조령산 산신각이 있고, 제1관문인 주흘관 동쪽 새재 성황당 뒤편에 주흘산 산신령을 모신 주흘산 산신각이 있다.

 산신령은 영험하기도 하고 신통력도 있는, 인간으로서는 짐작할 수 없는 베일에 싸인 신비한 존재일 따름이다. 산신령이 호랑이 같기도 하고 호랑이가 산신령 같기도 하여 호랑이가 산신령인지 산신령이 호랑이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이렇게 불가사의한 산신령도 군주시대에는 왕의 신하일 따름이었다. 그때 그 시절 산신령도 군왕의 신하였던 주흘산 산신령과 호랑이에 얽힌 얘기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새재가 관도로 새로이 개척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문경 관아에서 조정에 급히 상주할 사건이 있어서 요성 역졸 중에 신체가 건장하고 날렵한 자를 선발하여 장계를 올리게 되었다. 

 현감의 명을 받은 역졸은 즉시 행장을 꾸려 조정에 올릴 장계를 품속 깊숙이 넣고는 문경 관아를 나왔다. 해가 서산을 기웃거리는 시각이라 새재를 넘어야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촌각도 지체할 수 없는 위중한 명이라 역졸은 서둘러 길을 떠났다.

 저녁 해가 넘어가는 시각에 새재를 넘던 역졸은 도중에서 그만 호랑이에게 변을 당하고 말았다. 장계를 품고 길을 떠난 역졸이 새재에서 호환을 당한 줄은 꿈에도 모르는 현감은 조정에서 비답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문경 관아에 한양에서 파발이 날아들었지만 그 파발은 비답을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문경 현감은, 올리라는 장계는 올리지 않고 여태껏 무얼 꾸물대고 있느냐면서 속히 사건 전말을 보고하라는 독촉이었고 상부 지시를 소홀히 하고 직무에 태만한 죄를 엄중 문책하겠다는 불호령이 떨어진 것이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린 문경 관아는 혼비백산 될 수밖에 없었다. 문경 현감은 수 일 전 장계를 품속에 품고 길을 떠났던 그 역졸을 호출하였지만 그 역졸은 지금까지 돌아오지를 않았고 그제야 행적이 묘연한 것을 알았다. 

 현감은 나졸들을 풀어 요성 역졸의 행방을 추적하였던바 요성 역졸의 것으로 보이는 행장과 소지품을 새재 일원에서 습득하고 호랑이가 먹다 남은 것으로 추측되는 역졸의 신체 일부가 발견되므로 역졸이 호환(虎患)을 당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문경 현감은 조정에 올리는 문서를 가지고 새재를 넘던 역졸이 호환을 당하여 장계가 지연되었음을 알리고 다시금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적어 재차 보고를 하였다. 문경 현감의 장계를 접한 조정에서는 크게 노하여 즉시 문경으로 봉명사(奉命使)를 보내 주흘산 산신령을 잡아들이라는 어명을 내렸다.

 어명을 받은 봉명사는 밤낮을 달려 문경 새재에 도착은 하였으나 난감할 뿐이었다. 사람도 아닌 형체조차 불분명한 그 불가사의한 산신령을 잡아들이라니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실이 그러할지라도 지엄한 어명을 시행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봉명사가 어명을 거행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고심하고 있을 때 봉명사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혜국사의 스님 한 분이 비책을 알려주었다. 봉명사는 혜국사 스님이 일러준 비책대로 목욕재계하고 제문을 지어 산신당에 성심껏 제를 올리고는 제문을 불사른 후 어명으로 받은 교지를 산신당 제당에 올려놓고는 혜국사에 머물면서 하회를 기다렸다.

 그날 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올라 새재 골짜기를 대낮같이 밝혔는데 혜국사에서 봉명사는 가슴을 조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삼라만상이 숨을 죽인 듯 고요하기만 한 밤, 밤은 점점 깊어 삼경이 지나자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는 호랑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다시 잠잠해졌다. 혜국사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 봉명사가 이른 새벽 산신당으로 내려와 보니 산신당 앞에는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죽어 나자빠져 있었다. 나무도 괴이한 광경에 봉명사는 그만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봉명사는 산신령에게 감사의 제를 올린 후 호랑이의 가죽을 증표로 삼아 그간 새재에서 있었던 일을 소상히 적어 임금님께 보고하였다. 그 후부터 새재 일원에서는 호랑이가 새재를 지나는 행인을 헤치지 않았다고 한다.

 주흘산 산신령에 관한 또 다른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주흘산에 산짐승을 잡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이 산속 이곳저곳에다 덫을 놓아두었다. 여궁폭포 부근에 쳐놓은 덫에 호랑이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호랑이 뒷발이 덫에 걸린 것이었다. 호랑이가 비록 덫에 걸렸다고는 하나 덫에 걸린 호랑이가 크기도 하려니와 호랑이 특유의 으르렁거리는 기세에 눌려 사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생각다 못하여 아랫마을에 사는 임포수를 부르기로 하였다. 임포수는 산(山)짐승을 잡는 것을 업으로 하는 포수였으며 맹수를 잡은 경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명포수였다. 마을 사람들은 임포수에게 덫에 걸린 호랑이를 잡아달라고 부탁하였다.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받은 임포수는 호랑이가 덫에 걸려있다는 여궁폭포 있는 쪽으로 갔다. 여궁폭포를 향하여 발소리를 죽이며 산을 오르던 임포수의 눈에 느닷없이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웬만한 중송아지 정도의 큰 멧돼지였다. 덫에 걸린 호랑이를 잡으러 가다가 우연히 멧돼지를 얻게 된 임포수는 이것은 분명 산신령의 조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신령이 덫에 걸린 호랑이를 살려주라고 대신 멧돼지를 내려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포수가 여궁폭포 가까이 올라가자 과연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덫에 걸려 있었다. 호랑이가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는 기척을 모를 리가 없지만 으르렁 거리지를 않았다. 한가로이 낮잠이라도 즐기듯이 태평스럽게 누워 있었다. 임포수는 호랑이 뒷다리를 감고 있는 덫의 고리를 정확히 맞추어 호랑이의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호랑이를 구해주었다. 덫에 풀려 자유의 몸이 된 호랑이는 고맙다는 듯 임포수에게 머리를 숙여 답례를 하고는 주흘산 산속으로 유유히 자취를 감추었다.

 산신령은 이렇게 호랑이를 죽이기도 하고 또한 호랑이를 살리기도 하였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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