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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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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연꽃 구경 / 정호승
연꽃 구경 정호승 연꽃이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받아야 할 돈 생각을 한다 연꽃처럼 살아보자고 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 연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죽고 사는 게 연
조진향 기자 : 2025년 08월 10일
시] 흐린 날 / 도종환
흐린 날 도종환 날이 흐리다 날이 흐려도 녹색 잎들은 흐린 허공을 향해 몸을 세운다 모멸을 모멸로 갚지 말자 치욕을 치욕으로 갚지 말자 지난해 늦가을 마디마디를 절단당한 가로수 잘린 팔뚝마다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진 연둣빛 잎들이 솟아나고 있다 고통을 고통으로 되돌려주려 하지 말자 극단을 극단으로 되
조진향 기자 : 2025년 08월 06일
시] 사과를 고르면서 / 최경화
사과를 고르면서 최경화 사과를 고르면서 흠 있는 것을 하나 잡는다 식탁 위에서 모두 반질반질 윤이 난다면왠지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성한 것과 섞어놓는다 누군가에게 적선한 상처의 흔적 작은 아픔을 외면한다면 성한 것끼리 무슨 사과 맛을 낼 수 있으랴
조진향 기자 : 2025년 07월 29일
시] 꽃과 돈 / 정호승
돈을 벌어야 사람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를 나는 너무나 오래 살아왔다 돈이 있어야 꽃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를 나는 죽지 않고 너무나 오래 살아왔다 이제 죽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꽃을 빨래하는 일이다 꽃에 묻은 돈의 때를 정성 들여 비누칠해서 벗기고 무명옷처럼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꽃을 다림질하는 일이다
조진향 기자 : 2025년 07월 11일
시] 별리 / 이순화
별리(別離) 이순화 담벼락에 낙서라도 지우 듯 횟가루를 뿌리며 희미하게 골목을 지우며 저녁이 다가오고 있으니 곧 어둠이 뒤따라 올 거라는 것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걸 지우고 말 거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이러고 있는 것이다 한순간에 다, 다 지워버리고 말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진향 기자 : 2025년 06월 18일
시] 광대 / 이애란
광대 이애란 그네를 뛴다 날개를 활짝 벌린 새가 공중을 물고 맴을 돈다 광대의 눈동자 새까만 천장의 알정구처럼 반짝인다 분칠한 눈, 코, 입.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같이 생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가면 안팎의 음계가 다른 제 모습을 뭉개며, 오직 줄 하나에 매달린다 관객이 쏘아 올린 눈빛과 들숨, 날숨 사이를 오르내리며 천막 안을 환히 밝히
김하은 기자 : 2025년 06월 15일
난설문학회, 경북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난설, 시향을 품다` 체험 전시회
경상북도교육청 칠곡도서관 난설문학회(회장 진미숙)는 6월 13일 18시부터 20시까지 카페 파미(경북 칠곡군 왜관읍 중앙로 10길 12)에서 칠곡미술협회와 함께하는 '난설, 시향을 담다' 체험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조진향 기자 : 2025년 06월 09일
시] 동백꽃과 개나리꽃 / 오지후
동백꽃과 개나리꽃 오지후 동네 어린이집 건물이 20년 만에 허물어졌다 그 자리 1년 넘게 공사하더니 노인요양원이 들어섰다 '지극정성'이라나?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시설이 말없이 교체되었다
김하은 기자 : 2025년 06월 08일
수필] 푸른 탐라 / 우명식
오늘은 나섬 학교 전교생 13명이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는 날입니다. 절대 늦지 말라고 당부했건만, 버스는 곧 출발해야 하는데 아이들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몸이 달아 학생에게 전화하기에 바빴지요. 형이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고, 머리 말린다는 혁이는 전화 받자마자 매정하게 뚝 끊어버립니다. 금방 일어났다는 민수는 단말마 같은 비명을
조진향 기자 : 2025년 05월 29일
수필] 산불이 비켜간 용계리 은행나무와의 만남 그리고 인연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에 있는 수령 700년이 넘은 은행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 주변의 산들은 여름에 접어드는데도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해 여름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우중충한 갈색과 검은 색 옷을 입고 있다.
조진향 기자 : 2025년 05월 18일
수필] 처음처럼 / 우명식
처음처럼 우명식 부부가 인연을 맺으면 약지인 넷째 손가락에 반지를 나누어 끼는데요. 하필이면 많은 손가락 중에 넷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섯 손가락을 따로따로 펼 때 다른 손가락은 잘 펼 수 있지만, 넷째 손가락은 단독으로 펴기 힘들답니다. 약지에는 다른 손가락이 가지고 있는 폄근이 없기 때문입니다. 약지는 다른 손가락의 폄
조진향 기자 : 2025년 05월 17일
시] 아득한, 거기 / 이순화
아득한, 거기 이순화 또 다른 행성 반디처럼 작은 창문 불 켜진 거기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늦은 저녁 집으로 가는 길, 성당 종소리 추억처럼 아득하고 당신 소식처럼 또 다른 행성에 비는 내리고 오래된 안부처럼 비 내리고 거기 잘 있는 거지? 성부와 성자와 성호를 긋는 비, 엄마 제발 좀 그만 하세요 성신의 이름으로 바른 어깨 내어주는 엄
조진향 기자 : 2025년 05월 15일
시] 뱃나들 나루터 / 이정록
뱃나들 나루터 이정록 바위절벽 감돌아 흐르는 파란 강물엔 죽림정 아련하게 추억처럼 담아 두고 떠나갈 사람도 기다릴 사람도 없는 뱃나들 나루터엔 그리움이 쌓입니다.
조진향 기자 : 2025년 05월 08일
칠곡] 칠곡도서관 난설문학회, 회원 시화전 `뜨락에 머무는 향기`
경상북도교육청 칠곡도서관 난설문학회는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는 봄을 맞아 4월 한달 동안 도서관 3층 복도에 '뜨락에 머무는 향기'라는 회원들의 삶과 시를 아름다운 시화를 통해 선보인다.
조진향 기자 : 2025년 04월 22일
시] 퍼즐 맞추기 / 오지후
퍼즐 맞추기 오지후 홀로 마주하는 초여름 오후 툇마루에 누워 팔베개하고 바라보는 천공엔 흰 구름 흐르는 퍼즐판이 펼쳐져 있다 숨결처럼 가볍길 소망했던 날 순간순간 그림이 되었던 조각들 풍성하던 잎이 바람결에 흩어지고 잊혔던 기억이 공간을 메운다
조진향 기자 : 2025년 04월 16일
시] 탁씨 아저씨 / 박종순
탁씨 아저씨는 시댁 동네에서무허가 치과를 하던 사람인데 어느 날, 딸 하나를 데려와서 밥만 먹여 달라며 이름은 숙이라고 하고 두고 갔다 가끔 한 번씩 딸을 보러 와서 6.25 때 이야기를 어제 겪은 것처럼 구수하게 잘도 한다 가산산성을 누비고 다니면서 죽은 군인들의 입을 벌려 금이빨을 뽑아 돈벌이를 하고 목이 마르면 시신의 철모를 벗겨 계곡
조진향 기자 : 2025년 04월 10일
수필] 진달래 꽃 / 이정록
3월이 하순으로 접어들 무렵이면 산비탈 양지바른 곳에는 진달래 꽃망울이 조금씩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우수 경칩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산골짝 응달에는 잔설이 남아 있는 터라 완연한 봄을 느끼기에는 조금은 이른 때이다. 진달래꽃이 피어날 때 벌과 나비들의 활동이 미미하여 벌과 나비보다는 아이들이 먼저 진달래꽃을 반겨 주곤 했었는데 지금 농촌엔 진달래
조진향 기자 : 2025년 04월 01일
시] 밤하늘의 주파수 / 이애란
별이 떨어진다. 잠이 오지 않은 밤하늘에 시간을 잃어버린 새가 날아간다. 잠이 오지 않은 밤하늘에 둥지를 떠나버린 이제는 하늘로 옮긴 기지국의 주파수로 묻는다 공중으로 쏘아 올린 꼬리 없는 불꽃이 되었는가! 그대는 훨훨, 공중도 땅도 없는 그 어느 세계의 라인을 타고 있는지 불현듯, 들리는 소리 너 참 외로웠구나! 꿈인 듯 생시인 듯 울컷, 속울음이
조진향 기자 : 2025년 04월 01일
시] 종이 한 장 / 이광수
빈부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종이 한 장 펼쳐 허공에 날리면 바람에 한 번 휘날리다가 땅 위에 나풀나풀 떨어져 오네 가난한 자도 부한 자도 인생은 한평생 종잇장처럼 허공을 날다가 끝내는 흙에 묻히리
조진향 기자 : 2025년 04월 01일
시] 조춘(早春) / 이 정 록
조춘(早春) 이정록 이직은 산새 울음에 물이 오르지 않았지만 눈 녹는 소리가 고와 산에 든다 긴 겨울 햇살을 찾아다니느라 바스러진 낙엽들이 모여있는 양지바른 길모퉁이
조진향 기자 : 2025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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