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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라온가비, 고즈넉하고 아담한 한옥카페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2년 0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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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랑 커피한잔 하러갈래?"


엄마가 커피를 다? 웬일로? 의아해서 물었더니 고종사촌오빠의 아드님 내외가 매원마을에서 카페를 한단다. 매원마을이면 5분도 안되는 거리라 그럼 주말에 같이 가자고 약속했다.

주일에 엄마가 석전성당 미사를 마치면 같이 가기로 했다. 비가 온다. 가물어서 모든 잎들이 바싹 타 들어가는데 오늘에서야 비가 내렸다. 땅을 파보니 겉만 적실 정도였지만 이 비로 울진과 강원도쪽 산등성이에 7일간 계속되던 산불이 진화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처음 찾아간 카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비가 오니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내부를 둘러보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카페 내부를 설명하더니 전화를 끊은 엄마는 이곳이 아니란다.

다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카페를 찾았다. 엄마는 한옥식당이 있는 안쪽에 카페가 있단다. 그 식당은 예전에 지인들과 저녁을 먹으러 들른 적이 있는데 안쪽에 카페가 있다니 금시초문이다.


그런데 식당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카페가 있다. 한옥카페 '라온가비'

정원이 정성스레 가꾸어져 있고 한옥 처마 끝에 풍경이 흔들린다. 현관 입구에 놓인 선인장 화분도 멋스럽다. 높은 천장에 굵은 서까래며 곳곳에 놓인 도자기와 찻잔들, 벽에 걸린 그림과 소품들이 아기자기해서 자꾸만 눈길이 머문다. 멋스럽다.


엄마의 오촌 조카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방금 아버님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분이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환하게 웃는다. 카페 안쪽에 있던 아내를 소개시켜 준다. 코로나인데 드문드문 손님들이 앉아 담소를 나눈다.

엄마는 쌍화차를, 난 연잎차를 부탁했더니 색색의 꿀떡과 과일꼬지를 내온다. 쌍화차는 직접 달인 거라고 따뜻하게 마시면 감기에도 좋다고 한다. 엄마가 한모금 마셔보라고 내민다. 진하고 향긋한 쌍화차 특유의 향이 코끝에 스민다. 호박, 쑥, 흑미, 찹쌀로 만든 꿀떡은 겉이 바삭하고 속은 살짝 쫀득하다. 


카페를 시작한지 2년 됐단다. 지인이 하던 카페를 2년 전에 인수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져서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입소문이 나고 알음알음 찾아주는 손님이 꽤 있단다. 소소하게 큰 벌이는 못 되더라도 그럭저럭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카페에 있는 소품들이 멋스러워 물었더니 도자기나 찻잔을 먼곳에 있는 작가들을 찾아가서 직접 구한다고 했다. 처음엔 손님들이 이쁘다고 팔 수 없냐고 물어서 팔기도 했는데 요즘은 작품을 구하러 다니기가 힘들어서 팔지 않는단다.


엄마는 어린시절 고종사촌오빠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한다. 외할아버지가 쌀을 등짐으로 져서 시집간 누이동생네에 가져다 주려고 성주 월항 유월동에서 벽진까지 가셨고 친정엄마도 따라간 적이 있다고. 고모네에 가면 고종사촌오빠가 얼마나 잘해 주는지 정말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오촌 조카 내외를 결혼식 때 보고 처음보니 어색할만도 한데 금방 웃음꽃이 핀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알려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알고 찾는 사람이 늘도록 욕심내지 않고 카페를 운영하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봄에 꽃이 어우러지면 정원이 멋있다며 다시 오라고 문밖까지 따라 나와 인사를 건넨다.

'라온가비'의 뜻을 물었더니 '라온'은 '즐겁다'는 순우리말이고, '가비'도 조선시대에 차를 만드는 사람을 이르는 순 우리말이라고 한다. 너무 오랫동안 가물었던 하늘이 촉촉하게 단비를 내려주는 날, 멀리 울진 산불이 마침내 진화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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