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으로서 선생님들에게 자주 강조한다. 아이들에겐 어떤 담임을 만나서 일년을 함께 생활하느냐가 소중하다.
한창 예민한 초등학교 6년 중 6분의 1일을 선생님과 모든 것을 함께하는 만큼 아이들한테 잘해달라고 주문한다. 늘 아이를 중심에 두라고 말하는데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반 배정을 할 때도 신경을 많이 쓴다. 선생님마다 역량이 다르다. 능력은 되지만 능력과 역량은 다르다. 이 선생님이 1학년을 맡는 것보다 6학년을 배정하면 아이들에게 뭔가 에너지를 더 쏟을 수 있는 선생님이 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바둑을 놓듯이 포석을 놔야 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부수적으로 업무가 배정되긴 하지만 학급 담임배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교장·교감이 되니 아이들을 못 챙기게 된다. 교사는 내 반 아이들과 일거수일투족을 1년간 같이 한다. 그런데 관리자가 되니까 아이들과 떨어져 있고, 특별한 경우에만 관심을 갖게 되니 그 점이 아쉬웠다.
지난 2월 14일 학교도서관에서 종업식을 했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들에게 일주일 동안 내년도 교육과정 설계하느라 힘들겠지만 시간의 여유가 되는 분에 한해서 좀 쉬라고 했다. 시작을 위해 재충전하고 교육관련 도서도 읽고 머리 식혀서 오라. 그리고 한해를 돌아보고 아이들한테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에게 잘하는 아이들 챙길 여력이 있거든 그 여력을 부족한 아이들한테 좀 쏟아달라고 주문한다. 잘하는 아이를 내가 잘 가르쳐서 잘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잘하는 아이는 내가 관심을 좀 덜 가져도 잘한다, 그런 여유가 있으면 부족한 아이를 챙겨 달라고 한다.
□ 농촌지역 학교에 다문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방향이 있다면?
성주지역 다문화 학생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지는 않다. 그러나 저희 학교는 전체 학생수가 비교적 많은 곳이다 보니 다문화 학생이 섞여있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런데 월항이든 인근 다른 학교는 다문화 비율이 상당히 높다. 저도 작은 학교에서 다문화 아이들이 섞여있는 반 담임도 했고, 마지막 교사시절을 보낸 곳이 월항초등학교다.
지금부터 7년전까지만 해도 월항초 1학년 15명의 똥강아지들과 한반에서 수업했다. 그때 전교생이 43명인데 1학년이 15명이었다. 나머지 학년은 5명이나 6명 수준이고 1학년만 15명이었다.
그런데 15명 중 다문화 아이가 60% 이상이고, 한명은 중증 특수아였다. 그 그룹의 마지막 담임을 했다. 마지막 4년을 월항초에서 근무했는데 교장선생님이 부르셔서 어렵겠지만 1학년 15명의 담임을 좀 맡아달라고 말씀하셨다.
일반적으로 1학년 담임을 누가 맡을 것인지는 학교장이 결정한다. 특수학급도 없는 상태에서 힘들다고 느꼈지만 그 자리에서 두말없이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받아들였다.
그 아이들과 지낸 1년간의 학교생활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다문화 아이들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 때로 다문화 아닌 아이들이 다문화처럼 보일 때가 많다. 다문화 아이가 공부를 더 잘하는 아이들도 많다.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느냐면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 있다. 우리가 그 아이들을 함께 안고 가야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인구 절벽시대가 오는데 다문화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 편견을 깨고 적극적으로 함께 살아야 한다.
그때 15명 아이 중 60%의 다문화 아이와 함께 교육하면서 지금도 기억한다. 제 휴대폰에는 35년간 가르친 제자들이 폴더에 저장돼 있다. 15명의 아이들도 있다. 다문화 아이라고 다를 게 없다.
□ 마지막으로 제자들이나 학부모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앞서 이야기한 성장마인드를 가져라. 성공보다는 성장마인드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부모들께는 관심과 간섭은 다르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간섭은 학교를 못 믿는 것이고 불필요한 참견이다. 그러나 관심은 사랑이다. 간섭은 사랑이 아니다.
제가 이 학교에 와서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 학부모들은 지금까지는 다 허락했고,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줬는데 지금은 왜 안 되느냐고 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저희 학교는 교문에서 뒤쪽 주차장까지 들어오는 진입로가 좁아 차 두 대가 교행하기 어렵다. 그만큼 위험하고 불편하다.
그런데 등교시간에 아이를 태워서 학교 안까지 들어와 학생을 내려주고 차를 겨우 돌려서 나가는 학부모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가 첫 발령받아 오는 날, 제일 먼저 이것부터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안내장과 통신문을 통해 알리고 교문에서 제가 직접 통제하면서 학부모에게 일일이 안내했다.
그런 가운데 말다툼도 하고, 교장실로 학부모들이 찾아와서 따지기도 했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제 입장에서는 학생들 안전과 원활한 등교를 먼저 생각했다. 이 학교는 주변 도로가 복잡하니까 걸어오는 게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부모님 차를 타고 오는 것은 좋지만 교문에서 내려서 걸어오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힘들었던 만큼 지금은 깔끔하게 정리돼서 이제는 학교 안에는 당연히 안 들어오는 문화로 바뀌었다. 학교에 올 경우 교문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들어오는 형태로 완전히 바뀌었다.
제가 6개월 후면 다른 곳으로 가지만 가고 난 뒤에 그래도 그 교장선생님 있을 때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해 주는 분이 있다면 그 정도만 바란다.
그리고 처음 시각차가 많았던 부분에 대해 학부모들과 언제든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해서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다.
또 하나, 밴드나 카톡을 통해 학부모들이 긍정적이고 바른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 문화가 좀 바뀌었으면 하고 바란다. 인터넷 댓글처럼 그로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정년까지 5년 6개월 정도 남았다. 교장의 직분을 가진 이상 학교에서 교장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끝까지 최선을 다 할 예정이고 그 마음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