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메가 니 이름 쓸 수 있다. 윤장호’ ‘손자’라는 나정희 어르신의 시. 손주의 이름을 크게 쓰면서 얼마나 기뻤을까? 자신의 이름자를 쓰면서도, 또 누군가의 이름을 한글로 쓰면서도 기뻤으리라.
‘인자는(이제는) 조합가서 내 이름 써서 독(돈) 찾을 주 잇다’(찾을 수 있다) ‘내이름’이란 권운섭 어르신의 시. 그동안 한글을 쓸 줄 몰라 겪었던 불편함과 몰래 숨겨둔 부끄러움이 당당함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2019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 졸업(수료)식’이 지난 28일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 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안동시 14개 읍면 졸업생(102명)과 수료생(166명) 및 한글지도 문해교사 30여명과 권정세 안동시장, 최상찬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장, 안동시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이남형 사무국장, 읍면이장과 가족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권기탁 안동시 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장 겸 군의원은 “예산안 심의가 있어 미리 인사드린다”며 “내년에도 예산확보로 어르신들을 모시는데 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나서겠다”며 “한해를 돌아보면 권분한 어르신이 전국성인문해백일장에서 대상을 수상하셨고, 한글문해교실이 없어서는 안 될 프로그램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문해교사들의 춤과 안동시립합창단의 축하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3년 과정을 마친 졸업생(102명)에 대한 졸업장 및 개근상(44명) 수여와 3년간의 수업장면을 담은 영상물 상영에 이어, 우명식씨 등 한글지도 문해교사들에 대한 소개와 권분한·서복례·정재숙 어르신의 감사편지 낭독과 전달, 시화전 관람으로 마무리됐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예전 집안사정과 여성이란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한 어르신들이 한글배달교실을 통해 글을 배워 읽고 쓸 줄 알게 된 것은 평생교육의 자부심으로 3년 과정을 수료하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또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책을 읽고 글을 쓰길 부탁드리고, 한글을 지도해준 성인문해 교사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최상찬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장은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 중 한글배달교실이 가장 의미 있고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다”며 “안동의 규방가사는 문화의 보고이자 할머니들이 만든 역사로 우리말과 글을 지켜온 밑바탕”이라며 “어르신들의 마음 속 정과 한, 젊은 시절 부른 농요나 민요 한줄을 기록하는 것이 소중한 유산”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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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을 읽고 있는 권분한 어르신(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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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분한(일직면, 90세) 어르신은 편지글에서 “한글배달교실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고맙고, 그동안 글자를 몰라 답답하고 한이 됐다”며 “가고 싶은 곳도 못 가고, 영수증도 못 읽어 속상했다”고 풀어놓았다. 그리고 “3년간 재미지게 공부하고, 주변에선 글을 배워 선비가 됐다고 칭찬한다”며 “딸 셋 낳고 다시 딸을 낳아 분한이라는 제 이름이 글을 읽고 쓰면서 분한 마음이 다 사라졌다”고 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글배달교실은 안동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이 예산을 지원하고 안동시 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가 운영하며, 교통이 불편한 주민들에게 성인문해교사들이 직접 찾아가 한글을 가르치는 학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 3개면 45명으로 시작해 6년째로 해마다 규모가 늘어나 2018년에는 14개 읍면에서 15개 교실 314명이 참여했고, 2019년에는 14개 읍면 14개 교실 315명이 참여했다.
이날 도산면 온혜2리, 예산면 정산1리, 와룡면 주계리, 길안면 구수1리, 임동면 중평1리, 남후면 무릉2리, 일직면 귀미1리 등 7개 면에서 102명이 졸업하고, 풍산읍 신양1리, 서후면 대두서리, 녹전면 신평1리, 남선면 이천2리, 임하면 임하1리, 북후면 연곡1리, 풍천면 가곡1리 등 7개 읍면에서 166명이 참여해 119명이 2년 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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