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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노인은 도서관과 같다는 속담처럼 백발은 노년의 자랑이다.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대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어렵고 힘든 시절을 온몸으로 살아낸 어른들의 살아있는 경험이 아닐까 한다. 칠곡문화원 최초로 한글과 한문서예, 사군자까지 모든 서체에 대한 개인전을 팔순의 나이에 연 목원 황화실 작가를 만나 그녀의 삶에 대한 자세를 들어보았다.[편집부]

1.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피아노를 치면서 기도해요. 어느 집이든 집안마다 행복하면 나라 전체가 행복하지 않을까, 울며 기도한다고 누가 들어줘요? 현실은 자기가 타개하고 끌고 나가야지 아무도 없어요. 자신만이 하는 거지. 어떻게 해야 현실을 잘 뚫고 나갈까 그걸 생각해야지 누구한테 의지하고, 빌고 그런 건 아니라고 봐요. 책임은 스스로 져야하는 거지, 아무리 큰 고민이 있어도 그걸 해결하려고 밤새 노력하고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거죠.
내가 58살에 직장을 그만뒀어요. 그때부터 달오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한 15년 다녔어요. 아침에 4천보, 저녁엔 낙동강 둑길이 10리인데 하루에 만보쯤 친구하고 걸었어요. 그게 만병통치약이에요. 아침 6시만 되면 한시간 걷고, 그때는 내 마음을 챙기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때부터 걸었어요. 지금도 아침에 선선하면 한시간쯤 걸어요. 그때 허리가 아파서 MRI를 찍으니까 당장 수술해야 된데요. 큰아들이 MRI 찍은 걸 들고 대학병원에 찾아가서 어떤 상태냐 물었나봐요. 그러니 한 곳에서 수술 안해도 되고 운동하라더라고. 협착은 걷는 것만이 약이다. 처음 걸으니 눈물나도록 아파서 사람 없는 셋길을 오가며 울며 걸었어요. 15분 걸으면 피가 순환이 된데요. 그래서 비오면 방안에서 15분간 왔다갔다 빨리 걷거나 10분쯤 걷고 허리는 지금도 아프지만 걷다보면 안 아파요. 천천히 허리 쫙 펴고 어깨도 쫙 펴고 걸어요. 수술 안하길 잘했다 싶고, 6개월쯤 걸으니 허리가 안 아프더라고요.
내가 나를 관리하죠. 아침마다 디톡스 주스를 2년 정도 마셨는데 바나나, 토마토,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사과를 갈아서 마셔요.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는 삶아서 보관해두고, 토마토는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사과, 바나나는 바로 넣어서 갈아서 마시는데 변비가 사라졌어요.
그리고 맹물을 끓여두고 식혀서 마셔요. 맹물은 신장에 부담이 안가요. 신장은 물이 없으면 제일 먼저 망가진데요. 몇년 전에 신장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더니 물을 많이 마시래요. 그래서 하루에 물을 2리터 마셔요. 그렇게 먹은 지 2년 됐어요. 지금은 아픈 데가 없고 혈압이나 신장도 정상이에요. 맹물이 약이에요. 물을 받아뒀다가 염소가 날아가면 그걸 끓여 마시고 그 물로 밥도 짓고, 찌개도 끓이고 음식을 다 해요.
나는 비교 안 해요. 오로지 내가 행복하면 그게 행복이죠. 남과 비교해서 저 사람보다 돈이 많고 적고가 행복이 아니고, 뭘 잘하고 못하고가 행복이 아니거든요. 내가 행복하면 되는거지 비교하지 마세요. 나 혼자 있어도 행복해야 행복한 거예요.
그리고 자기 자신이 어떻게든 살아야지 되도록이면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어요. 나이들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부모라면 대부분 다 해요. 아이들에게 아프지 말라고 하고, 그게 효도하는 거예요. 너무 돈 벌려고 노력하지 말고, 쉴 때 쉬고, 밥 제 때 먹고, 잠 많이 자고, 돈은 조금 벌어도 된다고 하죠. 잠 안 자고 제대로 안 먹으면 병이 나요. 살아보니 그래요.
마음을 비우려고 글을 써요. 아무 생각도 안하고 오로지 글 쓰는데만 집중하니까 세상 모든 것을 잊게 돼요. 글쓰는 시간만은 나를 잊는 거죠. 나는 없고 아무 생각도 안하고 글에만 정성 들여 쓰다보면 시간이 잘 가요. 그렇지만 또 현실에 부딪히고 그럼 다시 글을 쓰고, 쓰다보면 글씨가 이쁘지 않으면 다음부터 더 이쁘게 쓰려고 노력하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쓰는 거죠. 그러다보면 글자가 이뻐지잖아요, 그럼 기분이 좋고. 가끔씩 집중하고 싶거나 뭔가를 잊고 싶을 때는 서예가 도움이 돼요. 잊는 것은 머릿속을 확 비워버리는 거죠. 그런 걸 제가 좀 잘해요. 머릿속을 비워놓아야 잠을 잘 자요. 신경 쓸 일이 있으면 밤새도록 잠을 못 자요. 마음을 비우고 걱정 안 하는게 내가 사는 방법이에요.
옆에 사람이 있으면 못 비워요.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자꾸 신경이 쓰이잖아요? 그래서 텔레비전도 끄고 그냥 편한 자세로 가만히 있으면서 머리로는 천당의 꽃길을 걷는다 생각하죠. 그런 길이 어디 있겠어요? 내가 만드는 거죠. 편안하게 꿈의 세계를 걷는 것처럼 생각해요. 그럼 잊어져요. 한두 시간 있다가 잠들고, 잠을 잘 자요. 걱정하려면 끝이 없어요.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가만히 눈감고 앉아 있거나 편안히 누워서 꽃밭을 걷는 상상을 해요. 다른 생각은 비우면서. 그러다보면 잠도 잘 자요. 생각해보면 사실 나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어요. 남한테 돈 빌리러 가 본적도 없고, 없으면 없는데로 살아져요.
처음엔 몸이 안 좋아서 계속 운동하고, 시간나면 걷고, 그러다가 칠곡문화원에 서예를 다니면서 한 학기에 두 과목을 배울 수 있으니까 창도 배웠어요. 십 년 넘게 창을 배우러 일주일에 세 번 다녔어요. 그리고 여름방학 때는 인문학 강의도 듣고, 작년부터 창 대신 세계의 음악이 개설됐는데 그 강의를 들으니까 재미있고, 인문학 교육 받으면서 탐방도 가고, 한글서예를 쓰면서 계속 문화원에 다녔어요.
- 2편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