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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후설의 현상학 : 엄밀학으로서의 철학6 / 이재성(계명대)교수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2년 0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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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설의 현상학, '엄밀학으로서의 철학'6

이재성(계명대)

5편에 이어

26. 후설에 따르면 현상학자는 반성적 태도로 다양한 형태의 지향성을 검토해야 한다. 이 지향성을 통해서만 대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후설은 수학적 대상과 논리적 구성물을 검토하여 마침내 이들의 존재를 의식에 대한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통찰을 얻었다. 이런 관점에서 후설은 ‘자연’, ‘심리’, ‘정신’ 영역을 다루는 영역 존재론들을 개발했으며, 나아가 논리적 대상의 영역을 다루는 형식적 존재론과 실질적 존재론을 구분했다. 

영역 존재론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영역의 실재를 구성하는 행위를 발견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후설에 따르면 구성(Konstitution)이란 어떤 사물을 주관이 창조하거나 날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의 의미를 기초하고 구성하는 것이다. 의미는 의식에 대해서만 있을 수 있으므로 ‘의미의 구성’은 선험적 자아만이 할 수 있다. 

이 선험적 동기에 관해 후설은 “인식, 반성의 모든 성과의 궁극적 원천으로 되물어가는 동기야말로 인식하는 사람이 자신과 자신의 인식생활을 반성하고 그 사람에게 타당한 과학적 구성물이 목적론적으로 생겨나는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상학은 과학영역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과학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과학의 전제를 주제로 삼으려 한다.


27. 칸트의 주관(순수이성)은 나름대로 선천적 형식(개념=범주)을 가지고서 무질서하게 바깥에서 들어오는 질료에다 찍음으로써 인식을 구성해낸다. 그래서 주관의 인식내용에는 필연적으로 주관의 틀이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트에서 인간이 인식하는 것은 외부 자연과 우연히 일치한다. 

반면에 후설적 주관은 주관적 틀이 없는 순수하고 공허한 극점과 같다. 따라서 주관이 직관한 것에는 인간적인 틀이 섞여 있지 않으며 곧 바로 외부 실재와 합치되는 것이다. 세계는 주관이 부여한 의미이지만 주관이 부여한 세계의 의미는 단지 주관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일치하는 객관적인 것이다.


28. 20세기 중엽 독일의 뛰어난 철학자 중 한 사람인 마르틴 하이데거는 처음에 브렌타노를 통해 철학에 관심을 가졌으나, 1910~ 11년 후설의 『논리연구』를 읽고 현상학에 큰 흥미를 느꼈으며, 1916년부터 현상학 운동의 작은 집단에 가담했다. 그때 후설 세미나의 초점은 현상학적 직관의 성격이었으나 후설과 하이데거 사이에는 처음부터 다른 점이 있었다. 

하이데거는 형이상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철학자들의 저작을 논의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후설은 근본적으로 새로 출발하자고 강조했고 철학사를 괄호 속에 묶어두고 싶어 했다. 하이데거는 후설에게 바친 『존재와 시간 Sein und Zeit』(1927)에서 자신이 현상학에 큰 빚을 졌다고 시인했다. 하이데거는 이 저서에서 현상학을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론의 개념으로 독특하게 이해했다. 후설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존한 이런 이해 때문에 훗날 후설과 하이데거의 사이는 멀어졌다. 

『존재와 시간』 속에는 후설이 주장한 현상학적 환원, 초월적 자아, 본질직관 등은 더 이상 없었으며, 하이데거는 ‘존재의 의미’라는 철학의 기본문제를 되살려냈다. 하이데거의 질문방식은 인간의 상황을 해석하면서 진행된다는 의미에서 ‘해석학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존재와 시간』의 핵심은 존재에 관해 질문하는 ‘현존재’(인간)에 대한 하이데거의 분석이다. 하이데거는 현존재를 세계 내의 존재로 봄으로써 주관과 객관 간의 문제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었다. 

하이데거 사상의 해석학적 성격은 시에 대한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독일의 위대한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에서 자기 마음에 꼭 맞는 정신을 찾아냈다. 후설에게 매우 중요한 선험적 의식이라는 개념은 하이데거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이미 후설의 현상학과 결별했다고 볼 수 있다.


29. 후설의 연구에 뒤이어 현상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프랑스에서는 실존주의의 대표자인 장 폴 사르트르가 후설과 하이데거의 철학을 출발점으로 삼았으며, 그의 초기 저작들인 『상상L'Imagination』(1936), 『상상:상상의 현상학적 심리학L'Imaginaire:Psychologie phénoménologique de l'imagination』(1940)은 후설의 의식 분석을 철저히 따랐다. 

사르트르는 후설의 지향성 개념을 바탕으로 지각적 의식과 상상적 의식을 구분했고 본질직관의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존재와 무L'Être et le néant』(1943)에서 사르트르는 하이데거의 주장을 끌어들였지만 하이데거의 현존재 분석에서 벗어났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즉자존재(卽自存在)와 대자존재(對自存在)의 구분이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즉자존재는 항상 똑같은 불투명한 실체이며 대자존재는 무가 침투한 의식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을 자신에 관한 선택 속에서 자신을 찾거나 잃는 가능존재로 정의했으며, 인간의 기본 특징이 자유라고 주장했다. 『변증법적 이성 비판 Critique de la raison dialectique』(1960) 등 후기 저작에서 사르트르는 마르크스주의에 의존해 개인의 선택이 사회조건과 심리조건의 제한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30. 사르트르와 함께 프랑스 실존주의의 대표자인 메를로 퐁티는 매우 중요한 프랑스 현상학자이기도 했다. 메를로 퐁티는 현상학의 관점에서 인간 신체의 의미와 인간의 공간지각, 자연세계, 자유 등도 새롭게 해석했다.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상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났으며, 이에 중요하게 기여한 사람은 쾰른의 루트비히 란트그레베였다. 

미국에서 현상학은 후설의 제자인 마빈 파버가 『철학과 현상학 연구Philosophy and Phenomenological Research』(1943)라는 잡지를 창간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두 학자의 연구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사회학자 알프레드 슈츠는 현상학을 바탕으로 사회과학을 발달시켰으며, 리투아니아 태생의 철학자 아론 구르비치는 수학·자연과학·심리학·형이상학 등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상학에 대한 글을 남겼다. 

현상학은 수학·생물학·심리학 등 철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현상학적 경향을 북돋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정신병리학 분야에 크게 기여했으며 독일의 뛰어난 실존주의자 카를 야스퍼스는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현상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상학은 미국의 실존주의적 정신의학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겼으며, 사회학·역사학·종교학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 끝

6회에 걸친 후설의 현상학 연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이재성 계명대(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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