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는
이애란
이끼는 묵은 정이다
어항 속에 이끼가 살고
강물은 흘러가도 이끼는 남는다
나무는 살았거나 죽었거나 이끼가 들고
바위 위 말라붙어 죽은 듯 보이는 이끼도
비 내리면 생기 돋아 옛이야기 한다
이끼는 사람이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세상에 얽히고설킨 미운 정 고운 정
앉은자리 더듬어 보면 까칠하고
자세히 보면 가슴 울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너와 나 사이에 뿌리내린다
이끼는
너의 눈과 입이 되어 주고 싶고
너의 생각과 마음이 되어 주고 싶은
노트르담 대성당 종각에 새긴
못다 한 고백의 여운이다
이끼는
연둣빛 순수로 기억되는 첫사랑의 순애보다
아름다운 변명을 오래 머금은 긴 강물의 순한 호흡이다
이애란 시집 <빈집세우기>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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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애란 시인 경남 통영 생 계명대 독문과 졸 사회복지학 부전공 2010년 대구문학 신인문학상 '빈집세우기'외 2편 당선 등단 2010년 동서커피문학상 '위령가' 동상 수상 시집 <빈집세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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