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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흐린 날 / 도종환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5년 08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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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도종환

날이 흐리다
날이 흐려도 녹색 잎들은
흐린 허공을 향해 몸을 세운다
모멸을 모멸로 갚지 말자
치욕을 치욕으로 갚지 말자
지난해 늦가을 마디마디를 절단당한
가로수 잘린 팔뚝마다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진 연둣빛 잎들이
솟아나고 있다
고통을 고통으로 되돌려주려 하지 말자
극단을 극단으로 되돌려주려 하지 말자
여전히 푸르게 다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복수다
                 
               도종환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수록

도종환 시인
청주에서 태어나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당신>,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흔들리며 피는 꽃>,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사월 바다> 등이 있습니다. 신동엽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백석문학상, 공초문학상, 신성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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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소용돌이칠 때 강물을 바라보면 흘러가는 강물에 모든 것을 던져버리라고 고요히 흘러가고 그 옆에 우두커니 선 나무는 나무대로 고요한 눈빛을 보냅니다. 모멸감과 치욕을 안겨준 그에게 미움과 질투와 꼭같은 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넘치는데 나무는 그냥 푸르고 강물은 무심하게 흘러갑니다. 여전히 푸르게 살아가는 것, 상처를 주든 말든 여전히 꽃을 피우고 여전히 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복수라니. 참 생각이 많아집니다. 강물 따라 생각도 흘러갑니다. 나무처럼 고요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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