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고녕가야(古寧伽耶) 지역의 바위구멍 유적 양상
김상호
경북향토사연구회 회원(상주)
Ⅳ. 유적의 상세
가야 소국 중의 하나인 ‘고녕가야’가 함창지역 일대에 있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기록에서 “상주 관내 고녕군(古寧郡)은 본래 고녕가야국(古寧加耶國)이었는데, 신라가 빼앗아 고동람군(古冬攬郡) <또는 고릉현(古陵縣)>으로 삼았다”라고 전하고 있으나 이 기사는 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위치가 진주로 보는 학설 때문이었는데 최근 학계에서는 '논란 지역'으로 설정하고, 시공간적 범위에 관한 지속적 조사연구 및 심층 논의가 필요한 지역으로 논의됐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가야문화권 중장기 조사․연구 종합계획, 2019, 24쪽
북한학계에서는 삼국유사의 함창지역 존립 기사에 대해 원래 ‘고녕가야’가 함녕(함창)에 있었는데 신라의 공격으로 가리현(加利縣)으로 도읍을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조희승, 북한학계의 가야사 연구, 2020, 도서출판 말, 111~117쪽
이와 관련된 유적으로는 함창읍 증촌리에 왕릉과 왕비릉이 있다.*
*1592년(선조 25) 경상도관찰사 金晬와 함창현감 李國弼에게 능의 階前에 매립된 碑碣을 열어보게 한 결과 陰刻된 글자를 발견하여 고녕가야왕릉임을 확인하였고, 숙종 38년(1712) 왕명에 의해 묘비와 석물을 건립하였다고 전한다. 왕릉은 봉토의 직경이 6.7m, 둘레 21m, 높이 3m인데, 왕릉에서 동으로 약 200m 떨어진 곳에 왕비릉이 있다. 尙州市・郡, <尙州誌>, 1989, 893쪽
이 고녕가야의 중심이 되었던 함창을 포함한 주변의 이안면, 공검면 일대의 바위구멍 유적은 함창 신흥리, 이안면 이안리와 소암리, 공검면 역곡리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발견된 개소별로 소개하도록 한다.
1. 함창 신흥리(고분군)
함창읍 신흥리는 용골마을로써 원래 함창군 동면, 남면, 수하면의 경계 지역이며, 검은리(劍隱里), 탑동(塔洞), 저곡리(猪谷里), 수하면 중촌리(中村里)가 있었고, 가재골 아래에 새로 마을이 생겨 새마, 신흥리(新興里)라고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을 통폐합할 때 탑동, 저곡리, 검은리와 중촌리 일부를 병합하여 신흥리라고 했다.* 골짜기는 함창 신흥리 쪽에 안생원골, 탑골, 가재골, 봉우재골, 꽃들골, 용곡, 공검 쪽에는 역곡(심실), 성골, 성넘어골이 있으며, 봉우재를 넘는 역곡아래담길과 용곡로를 통해 왕래한다. *한국지명총람, 상주편, 한글학회, 1992, 271쪽, 趙智唯七, 新舊對照 朝鮮全道府郡面里洞名稱一覽, 關西大學校, 542쪽
바위구멍은 함창의 ‘아랫돝질’인 가재골과 공검의 성골에 있다. 지형은 오봉산(240.4m) 무지봉 정상에서 이안천을 따라 내려온 산자락 해발 80~90m에 형성된 가재골 북쪽 비탈면 감나무밭에 있다. 무지봉에서는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앞의 책, 272쪽
오봉산에 있는 바위구멍은 직선거리로 이곳과 정상 남동쪽에 있는 공검면 역곡리 29번지와는 470m, 능선에 있는 역곡리 산37번지와는 255m가 떨어져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신흥리 541-2번지와 역곡리 산29번지는 두 바위의 위치 방향이 자북(磁北)에 의한 정남북 일직선 방향에 유사하게 위치한다.*
*상주 도자각 8°14′64″(2019년 기준)
오봉산 동북에서 서북쪽 신흥리 일대에는 삼국시대의 ‘함창 오봉산 고분군’이 있고 지방 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국도 3호선 확장공사에 따라 도로 구역에 편입된 지역에 대해 1997년 발굴조사 결과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458기의 고분이 확인되었는데 이 중에서 삼국시대 고분은 토광묘 95, 석곽묘 85, 옹관묘 35, 석실묘 7기 등 총 222기가 발굴조사 되었다.*
*韓國文化財保護財團, 尙州 新興里 古墳群, 1998
그 이후 2019년 문화재 지정구역을 포함한 공검면 역곡리와 이안면 이안리 오봉산 일대의 고분을 정밀지표 조사한 결과 618기의 삼국시대 고분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고고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봉산 일대는 840기 이상의 고분이 조성되었던 곳이다. 특히 신흥리 바위구멍 유적 오른쪽 능선에는 이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큰 지름 20m 내외의 고분이 능선을 따라 조성되었다.* 바위의 암질은 대부분 화강암과 편마암이며, 이 대형 바위구멍 유적은 대형 고분 조성 세력과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홍익문화재연구원, 고녕가야 유적 학술조사 보고서(함창 오봉산 고분군 및 남산고성 학술 정밀지표조사, 학술조사보고 제19-01집, 2019, 43쪽
또한, ‘함창현읍지(咸昌邑縣誌)’에는 오봉산에 냉천과 기우단이 있었다고 했으며,* 구멍 바위가 있는 위치는 문화재 구역 밖 현상변경 허가 기준 1구역(원지형 보존)에 해당한다.
*五峯山, 在懸南七里自黃領山後三嶺而來將雨則雲霧興上有冷泉有祈雨壇, 咸昌縣邑誌(山川條), 發行年代 未詳
이곳 1913년 지적도에 표기된 지형을 보면 산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동쪽에는 깊게 팬 계곡이 길게 형성되어 있고, 이 바위구멍 유적과는 대나무 숲으로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와 유사 지형은 상주시 계산동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곳에서는 속수곡(俗邃谷)이라 불렸고,* 용혈(龍穴)이라고도 하며, 날이 가물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朝鮮地誌資料, 1914
**한국지명총람, 상주편, 한글학회, 1992
바위구멍 유적은 신흥리 524-1, 524-2, 519, 522번지에 산재해 있다. 전체 6개의 바위에 289개의 구멍이 조성되어 있는데 가장 많은 구멍이 있는 524-2번지 1바위 유적을 중심으로 북동쪽으로 좌측 바위에 9곳, 우측 바위 2곳에 띠 모양의 군(群)으로 조성되어 있다.
바위 간의 거리는 중심의 1바위를 기준으로 반경 70m 이내에 분포되어 있으며, 조성 바위 사이의 거리는1과 2는 40m, 2와 3은 20m, 1과 4는 24m, 4와 5는 30m, 5와 6은 27m, 6과 7은 18m, 7과 8은 7m, 8과 9는 13m, 9와 10은 20m, 10과 11은 10m, 11과 12는 8m 간격으로 조밀하게 조성되었다. 원래의 위치에서 이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위는 4와 6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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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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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된 구멍의 형상은 상주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큰 구멍은 지름 20㎝, 깊이 20㎝ 내외의 대형 구멍이 많은 것과 오봉산 능선을 기준으로 남북 대칭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유형은 윤직리 두산(머리뫼), 이안면 소암리에서도 나타난다. 구멍의 지름이 크게 조성되는 것은 오봉산 일대의 암질에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이 많고, 이 구멍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 유적은 선행 연구 조사에서 암혈(岩穴)이라 통칭하고, 금속도구 미사용 및 지석묘 상석 등의 유적과 비교한 고고학적 맥락에서 청동기시대 유적으로 유추했다.*
*세종문화재연구원, <상주 오봉산 암혈(岩穴) 유적 문화재 정밀지표조사 결과보고서>, 상주시, 2021, 57쪽
또한 「신흥리의 가장 큰 유적은 반구 모양의 지름이 5~15㎝에 이르는 4등급 성혈로 232개의 ‘은하수 유적’이라 하고, 20m 북쪽 암반 유적은 북두칠성과 삼태성이며, 이를 ‘상주 신흥리 별자리 군락’이라 했다. 공검면 역곡리 산20번지 유적도 신흥리와 같은 유적」이라 했다.*
* 허흥식, 상주 신흥리 별자리 군락과 고녕가야의 기원과 이동, <한국 암각화 연구> 26권, 2022, 111~150쪽
유적별 형상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독립 바위 1
신흥리 524-2번지(N36°32′32.01″, E128°10′41.15″)에 위치한다. 바위 크기는 길이 7.4m, 폭 4.6m, 높이는 노출된 부분이 2.5~1.2m 정도로 북쪽은 좁고 남쪽은 넓으며, 상단부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약 8.5° 경사지게 평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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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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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구멍이 집중적으로 새겨진 부분은 상단부 중앙부에 남북방향으로 가로 5.4m, 세로 2.1~2.3m이다. 큰 구멍은 지름 26㎝, 깊이는 15㎝로 1개 구멍을 포함하여 전체 128개 군(群)으로 조성되었다. 연결된 구멍은 47개 군(群) 143개 구멍으로 전체 구멍수는 224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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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1 |
| 가. 지명으로 본 조성 의도
조성 형태는 바위 상단부 중앙에 길이 방향으로 길게 조성됐는데 군(群) 내의 조성 형상은 중앙부에는 조밀하고 가장자리 쪽에는 일부 튀어나오게 조성되었다. 전체적인 형상은 어떠한 물형(物形)을 의도하고 새겨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함창현읍지’의 기록에는 오봉산에 기우단이 있었다는 것을 볼 때 이 바위도 같은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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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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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체 형상이 물형은 의도한 것은 아니나 길이 방향으로 볼 때 길게 줄지어 있는 모습이 상상의 동물인 용(龍)을 연상하게 하고 있다. 이 마을의 지명도 용골(龍谷)이며, 바위 옆 신흥리 528번지(田)를 따라 산 정상에서 아래 방향으로 길게 패인 형상이 용(龍)을 연상하게 한다. 따라서 용의 형상을 대상으로 바위구멍으로 만들어 놓고 비를 기원하는 기우단의 용도로 조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곳의 조성 형상은 남쪽 공검면 역곡리 오봉산 정상과 아래에 있는 바위구멍과 크기 및 조성 형태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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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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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질’, ‘돝질’이라는 지명으로 불렸는데 한자 지명이 되면서 저곡리(猪谷里)라고 했다.* 바위의 전체 외형과 구멍 조성 형상을 보면 돼지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형태에 의해 이곳에 ‘돗질’이란 지명이 만들어졌을 것으로도 추측해 볼 수 있다.
*한글학회, 한국지명총람 5(경북편 Ⅱ), 2001, 272쪽, 울산 남구 여천동(呂川洞)의 ‘돋질’을 저내포(猪內浦)라 하였고(울산광역시 남구문화원, 울산남구지명사, 2009, 523쪽), ‘돋’은 돼지의 옛말, ‘질(찔)’은 울산지방에서 머리를 뜻하는 방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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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측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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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구멍 형상으로 본 조성 의도
구멍의 형상을 살펴보면 구멍 개수는 전체 224개로 북쪽 10개, 동쪽 2개, 남쪽 1개를 제외하면 모두 중앙부에 밀집하여 조성했으며, 구멍 사이의 간격도 좁다. 바위의 표면 형상도 전체적으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나 가운데가 낮아 눈비가 내리면 물이 고여 있을 수 있는 상황이며, 구멍의 표면에도 물이 고여 있었던 흔적이 확인된다.
즉 바위구멍에 물이 고여 있어 항상 습기가 많고 겨울철에 구멍 주위에 얼음의 동결과 해동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바위 입자가 쉽게 분리될 수 있는 등 풍화작용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러한 풍화작용 현상에 의한 바위구멍 주변 변화는 구멍과 구멍 사이가 자연적으로 연결된 형상으로 나타나고, 풍화작용에 의해 구멍이 연결된 지금의 형상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추측은 연결되는 부위의 표면이 거칠고, 연마의 흔적 등 인공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위구멍 조성 의도의 추측은 풍화작용에 의해 박리된 구멍 주위 연결 부분을 제외하고, 처음 조성하였던 바위구멍을 바탕으로 의도를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구멍 주위의 연결 부분을 제외한 그림으로 224개 구멍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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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의 바위 구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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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2는 연결된 구멍을 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각각의 구멍이 연결된 부분이 인공이 아닌 풍화작용으로 단정한다면 의미는 없어진다. 개별 구멍 군을 검토해본다면 1개 단독 구멍이 81개, 2개군 23개, 3개군 16개, 4개군 4개, 5개군, 7개군, 9개군, 12개군이 각각 1개이다. 이러한 2~12개 구멍 군(群)은 전체 구멍수의 64%를 차지하고 있으나 각각의 구멍 군 자체에서는 뚜렷한 형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분석에서 의도하고 있는 형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구멍과 구멍 가깝게 있고, 구멍 사이 부분에서 풍화작용이 빠르게 진행되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현상에 신뢰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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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2. 상단부 구멍의 연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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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3은 구멍과 구멍이 연결된 부분을 배제하여 없는 것으로 가정하여 구멍이 연속되게 원호의 선형으로 연결되어 나타나는 형상에 따라 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러한 검토는 원호의 형상으로 구멍을 조성한 것이 독립 바위9, 10에서 단독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10개 정도가 원과 원호의 형상으로 구멍이 이어지는데 어떠한 형상을 의도하는지 형상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원의 형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윷판과 유사한 형상으로 시작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개가 중첩되어 조성됨에 따라 복잡한 형상으로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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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3. 하단부 구멍의 연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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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