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석지현 옮김, 민족사, 2015
8 자비에 관하여
니르바나에 이른 사람이
이 편안한 경지에서 해야할 일은 다음과 같다.
공명하고 성실하며 말은 부드럽고 점잖아야 하며,
잘난 체 뽐내지 않는 것이다.(143)
만족할 줄 알며, 변변치 않은 음식으로 생활하라.
잡일을 줄이고 생활을 되도록이면 간소하게 하라.
모든 감관*을 편안하게 하고
남의 집에 가서도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144)
*감관-감각 기관과 그 지각 작용을 통틀어 이르는 말
현명한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살 만한
그런 비열한 짓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살아 있는 것들아, 부디 행복하고 편안하여라.(145)
어떠한 생명체라도
약한 것이건, 강한 것이건,
큰 것이건, 중간 것이건,
제 아무리 미미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146)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이나, 가까이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나려 하는 것이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아, 부디 행복해져라(147)
남을 속여서는 안된다.
또 남을 멸시해서도 안 된다.
남을 괴롭히거나 고통을 주어서는 더욱 안된다.(148)
어머니가 외아들을 보호하듯
살아 있는 이 모든 생명체에서
한없는 연민의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149_
그 자비심이 골고루 스미게 하라.
위로, 아래로, 또는 옆으로,
장애도 없고, 적의도 없고, 척짓는* 일도 없이
이 누리에 두루두루 스미게 하라.(150)
*척짓다: 서로 원한을 품고 미워할 일을 만든다는 뜻
서 있을 때나, 걸을 때나, 앉을 때나, 누울 때나
잠자지 않는 동안에는
이 연민의 마음을 굳게 지녀라.(151)
사악한 견해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
사리를 잘 판단하며,
욕망의 늪을 이미 나온 사람,
이런 사람은 결코 두 번 다시 이 윤회 속에
태어나지 않는다.(152)
11. 승리
걷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몸을 굽히거나 펴는 것,
이는 모두 이 몸의 동작에 지나지 않는다.(193)
우리의 몸은 뼈와 근육으로 형성되었으며
그 위에 얇은 막과 살이 달라붙어 있다.
그리고 겉은 살가죽에 싸여 있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194)
몸 속에는 대장, 위, 간장, 방광, 심장,
폐, 신장, 비장 등의 기관으로 가득 차 있다.(195)
그리고 콧물, 침, 땀, 지방질,
피, 관절액, 담즙 등이 있다.(196)
또 아홉 개의 구멍으로부터는
언제나 더러운 오물이 나오고 있다.
눈에는 눈물, 귀에는 귓밥.(197)
코에서는 누런 코, 입에서는 침과 가래,
그리고 전신에서는 땀이 나고, 때가 끼며
비늘이 떨어진다.(198)
또 머릿속(두개골 속)은 컴컴한 동굴과 같은데
그 속에는 골수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는 무지에 뒤덮여서
이 육체는 참 깨끗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199)
머지않아 이 몸은 시체가 되어 눕게 된다.
시체는 썩어 부풀어오르고,
차츰 검푸르게 변하여 마침내는 공동묘지에 버려지나니
가장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이젠 뒤돌아보지 않는다.(200)
들개와 여우, 그리고 온갖 짐승들이
이 송장덩어리를 뜯어먹는다.
그리고 까마귀와 독수리 등이 날아와
그 나머지를 쪼아먹나니(201)
그러므로 예지에 찬 수행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
이 몸에 대한 모든 진실을 분명히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 몸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202)
저 시체도 한때는 지금 살아 있는 내 육신과 같았다.
그러므로 내 몸도 언젠가는 저 시체와 같이
될 것이다.
이렇게 알고 이 육신에 대한 애착을 모두 버려라.(208)
우리의 이 육체는 결코 깨끗하지 않다.
심한 악취가 나며, 갖가지 오물로 가득 차 있으며,
움직일 때면 오물이 여기저기에 떨어지고 있음이여.(205)
이런 육체를 가진 인간이
자신이 위대하다고 생각하여 남을 경멸한다면
그는 눈먼 소경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느니.(206)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무수히 많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대답해주시는 부처님의 말씀은 사람과 자연에 대한 통찰력과 자비로운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숫타니파타는 1149편의 시로 된 긴 경전입니다. 이 책은 내용이 비슷하거나 반복되는 시구는 간추려서 실었습니다.
석지현 승려시인(1946.9.20-)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점화'가 당선됐으며, 1973년 동국대 불교과를 졸업하고 1977년 이후 수 차례 인도, 예루살렘, 네팔 등 불교유적지를 방황합니다. 저서로 <불교를 찾아서> <선시감상사전> <마하무드라의 노래> <세속에서 깨닫는 길> <법구경> <禪詩> <密敎> <숫타니파타> <반야심경> <바가바드 기따> 외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습니다.
점화 / 석지현
1.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흔들리는 상선의 불빛 긴 투영을 적시는 시간입니다
손을 주십시오 청자하늘 빚어낸 손으로 꺾이는 갈대를 붙안아 주십시오 어둠으로 침전하는 영혼에게 굵고 따뜻한 밧줄을 내리십시오
외로운 섬기슭, 하얀 포말이 일 듯 당신 향한 그리움 다만 루비알로 영그는 보람이게 하소서
님 앞에 서기 먼 이 밤
쇠붙이 소리에 지쳐 식은 땀을 흘리는 찬 대지의 허리를 딛고 서면 전생을 타고 오는 전율이 있습니다
2. 하수구에 불빛 흘러가는 마음 껍질을 벗겨내도 껍질이 돋아나는 마음 이 어둠을 홀로 자리하시고 광야를 진동시키는 음성으로 나를 불러줄 이
오늘을 버리고가는 뒤안길에 회의사 없거니
먼 날 잠든 수면에 달이 솟으면 떨리는 나뭇가지 가지마다에 엉키우는 달빛 밀리는 하늘이며 이런 것들로만 충만하옵길
오늘을, 껍질을 벗겨내도 껍질이 돋아나는 오늘을 낙엽이듯 묵묵히 밟고 가나니
광야를 진동시키는 음성으로 날 부르며 부르며 지나갈 이 그리워
3. 찢긴 칼렌다 위에 아연판치는 소리를 내면서 굴러내리는 밤이여
눈보라 속을 가듯 눈보라 속을 가듯
눈망울에 어리는 따뜻한 체온같은 팔을 흔들며 낙과인양 떨어져 밤이 궁그는 그 속을 갑니다
바람이 붑니다 하얀 셀로판지 위에 이 생을 접으시던 날 손을 쥐고 가늘게 떨으시던 숨소리같은 바람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면사포 위로 거미처럼 실을 뽑으며 기어오르는 밤이여
그러나 아직 떠날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쯤 지도에도 없는 산맥을 넘어 조그만 불빛이 나를 찾아오고 있다기에 유리조각같이 부서지는 햇살이 깔리는 길을 내가 갑니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