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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고녕가야(古寧伽耶) 지역의 바위구멍 유적 양상(1)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5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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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고녕가야(古寧伽耶) 지역의
바위구멍 유적 양상

김상호
경북향토사연구회 회원(상주)

Ⅰ. 머리말

 바위구멍 유적은 선사시대부터 근대 일상생활까지 인간의 잠재의식으로 전승되어 온 의식행위로써 가장 오래된 인간의 풍속이다. 바위에 그림이 있거나 모양이 특별하다면 주목을 받을 수 있으나 홈만 여러 개 조성해 놓았을 뿐 바위나 홈 자체가 예술성이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없어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거나 유산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고고학에서는 홈 구멍(性穴, cop-mark), 민속학에서는 알 구멍, 알 바위 등으로 표현한다. 이외에 별자리 구멍(星穴)으로 불리고, 최근 연구에는 바위구멍(巖穴)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표현은 구멍의 형상이 생식기(生殖器)를 나타낸다면 성혈(性穴), 별자리 의미라면 성혈(星穴)이란 조성 의도로 명칭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또 성격 규명이 명확하지 않은 구멍의 표현을 암혈(巖穴)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으나 암혈은 국어 사전적 의미로는 동굴을 뜻하고 있다. 이렇듯 사용하는 통칭 용어가 없다는 것은 학계에서 지금까지 이 유적에 관한 관심이 없었고, 유산으로 취급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다만 지석묘에 구멍 유적이 있을 때는 지석묘 조사 결과에 부가적으로 ‘구멍이 있다’라는 표현만 하였을 뿐이다. 이에 따라 바위구멍이 있으면 지석묘라는 수학 등식처럼 막연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성격 분류가 되지 않는 구멍은 용어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구멍이 있는 바위의 총체적인 의미로써 바위구멍(cop-mark, 穴巖)으로 통칭했다. 성격이 명확한 생식기 형의 성혈(性穴巖), 별자리 형의 성혈(星穴巖) 등의 바위(巖)를 생략하고, 약칭 성혈(性穴), 성혈(星穴) 등으로 표현했다.

 상주지역 바위구멍 유적의 분포는 오봉산과 성안산, 서산을 중심으로 많이 조성되었다. 조성 위치는 대부분 강이나 하천을 앞에 두고 개방된 들판이 전망되는 곳으로 조성 규모도 구멍의 개수가 바위 1개에서 200개가 넘는 등 다양하고, 형태와 방법도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이 글에서는 옛 고녕가야(古寧伽耶)의 중심 영역으로 추측되는 함창읍, 이안면, 공검면 지역에 흩어져 있는 바위구멍 유적을 소개하도록 한다.


Ⅱ. 유적 조사 방법

 바위구멍 유적이 유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일반화되지 않은 것처럼 유적 조사 방법도 표준화되어 있는 방법이 없어 필자가 조사한 방법을 소개하도록 한다. 조사는 크게 사전 조사와 본 조사로 구분하고, 사전 조사는 문헌조사, 탐문조사, 제보조사로 구분한다. 여러 번의 현장 확인을 통해 유적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며, 풍화작용으로 인해 표면 박리가 심하고, 빛의 반사 등 작용으로 확인이 어려울 때는 야간 조사도 필요하다.

1. 사전 조사

 문헌조사는 문헌과 기존 조사자료에 의해 유적이 소재한 곳을 파악하고, 기존의 조사자료를 최대한 활용한다. 대상 문헌은 시군지, 지명유래, 면지, 문화유적분포지도, 발굴조사 자료, 지석묘 조사자료 등이다.

 탐문조사는 마을 또는 도로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암반이나 독립 바위, 거북 신앙지, 동제단 등 주민들이 오랫동안 공동체 의식을 했던 곳을 확인하고,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 마을에서 연장자가 모이는 곳에서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다.

 제보조사는 주민의 제보나 인터넷 블로거 등 검색에서 확인되는 자료를 제보자나 블로거 등 관리자를 통해 유적 상황을 확인한다.

2. 준비물

 사전 조사에 따라 지형도, 지적도, 항공 사진 등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청소와 조사에 필요한 도구와 용품을 준비한다. 일반적인 준비물은 다음과 같으며, 현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한다.

­ 청소용:플라스틱 솔, 대솔(제작), 대나무칼과 송곳(제작)
­ 조사용:연필, 유성펜, 분필, 투명비닐, 야장(野帳), 모래주머니, 청테이프, 버니어 캘리퍼스(Vernier calipers), 스틸테이프(3~5m), 스틸자(20㎝) 등

3. 본 조사
 본조사는 주변 정리, 실측, 기록화 단계로 다음과 같이 진행하며, 대상 바위와 주변 경관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 주변 정리
­  대상 바위와 암반에서 조사에 장애가 되는 수풀은 최소한도 내에서 제거한다.
­  구멍을 확인하고, 대나무칼과 송곳을 이용해 구멍에 있는 퇴적토를 제거한다.
 ­ 대나무칼과 솔(쇠솔 사용 금지)을 이용해 고착된 지의류를 제거한다.
­  플라스틱 솔로 구멍 내외 및 구멍 주변의 바위 면을 깨끗이 청소한다.

 나. 실측
  청소된 구멍을 육안과 맨손으로 탐지하면서 인공, 자연 여부를 판단한다.
­  구멍 판단이 모호할 때는 조명을 이용한 야간 판독의 방법을 검토한다.
­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이용해 위치와 좌표를 확인하여 기록하고, 바위의 형상을 관찰한다.
­  구멍의 바깥 경계에 분필로 칠을 하여 구멍 경계가 명확하게 구별되도록 한다.
­  투명비닐을 구멍 조성 부위에 평평하게 펴 깔고, 그 위에 모래주머니나 청테이프를 이용해 바람과 작업으로 인해 이동하지 않도록 고정한다.
­  분필 자국에 따라 투명비닐 위에 유성펜으로 구멍과 균열부 등을 스케치한 후 방위, 연월일, 위치를 표기한다.
­  바위의 가로, 세로 크기, 구멍마다 지름과 깊이를 계측한다.
­  야장에 바위와 구멍의 형상을 그리고, 계측된 수치를 기록한다.
 ­ 바위의 4방향, 구멍의 원경과 근경, 중심 상방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다. 기록화
­  스케치한 투명비닐 면에 붙은 낙엽 등 이물질을 마른 수건이나 바람을 이용해 제거하고, 수직면에 붙여 축척자와 함께 사진을 촬영한다.
­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산 도면화하고, 입지, 위치, 좌표, 바위 크기, 구멍의 수와 크기, 특징 등을 기록한다.
­  스케치한 투명비닐은 위치 등으로 분류하여 별도 보관한다.


Ⅲ. 유적의 현황

 바위구멍 유적은 다른 유적과 달리 기초 조사가 되어 있지 않아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의 조사 방법은 첫 번째는 기존의 문화유적 분포조사 현황에서 성혈, 구멍 바위 등으로 나타나는 곳, 두 번째는 신앙의 대상이 되는 바위, 세 번째는 낙엽이 진 후 마을이나 도로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바위, 그다음은 마을 탐문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 결과 상주지역에도 암각 문화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지금까지 조사가 되지 않았을 뿐 바위구멍, 암각화, 암각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 바위구멍 유적은 127개소, 2,123개 구멍은 상주의 24개 법정 읍면동 중에서 18개 읍면동에서는 확인되고, 모서, 화남, 은척, 내서면과 동성, 신흥동의 6개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중에서 고녕가야 지역으로 추측되는 함창읍, 이안면, 공검면에서의 유적은 24개소, 618개 구멍이 확인된다. 조사된 유적을 위치와 조성 성격에 따라 정리해 보면 다음 표와 같다.



 유적 대부분이 오봉산에 집중되어 있다. 오봉산은 함창읍 신흥리, 공검면 역곡리, 이안면 이안리의 경계에 있는 해발 240.4m의 낮은 산으로 일대에는 4~5세기 고분군이 조성되어 있다. 함창읍 윤직리와 이안면 소암리에도 낮은 구릉지대로써 고고학적 조사에서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고분군이 분포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지역이다. 또한 오봉산에는 남산고성(南山古城), 윤직리에는 머리뫼(頭山) 산성 등 옛 산성이 있었던 곳이다. 이처럼 집단 조성지의 주변에는 산성과 고분군이 산재하여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사람이 정착한 주거지 등 생활의 근거지였기 때문에 바위구멍 유적도 집단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함께 신흥리와 소암리 유적은 이안천과 삼한시대 저수지로 전해오는 공검지(恭儉池)에 접해있으며, 윤직리 유적은 영강(穎江)에 접해있다. 즉, 하천과 호수의 수변에 접해있어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한 어로와 농경 생활의 근거지와도 그 흐름을 같이한다.

↑↑ 유적분포도


 조사된 바위구멍 유적을 구멍 조성 형태에 따라 별자리형(星穴), 별자리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타나는 삼태성형(三台星形), 윷판형(柶圖形), 별자리와 다른 형태의 혼합형(混合形), 남녀 성기의 모방형(性穴)로 분류하고, 기타는 구멍(穴)으로 분류하였다. 이 지역에서는 별자리와 기타형으로써 바위의 형상이 거북 형상을 나타내는 곳은 윤직리 머리뫼(頭山)에 있는 유적 한 곳이다.

 이 유적 중에서 구멍의 규모가 비슷하고, 3개의 구멍이 연속된 것을 삼태성형(三台星形)으로 분류하였다. 삼태성은 큰곰자리에 딸린 자미성(紫微星)을 지키는 별자리를 말한다. 삼(三)이란 숫자는 우리 생활에 많은 부분에 중요한 역할을 지칭한다. 즉 단군의 삼신, 산육을 관장하는 삼신, 불교의 삼존불 등의 신앙과 삼정(三政), 삼정승(三政丞) 등 안정된 정적의 숫자로 일찍이 토착의 숫자로 정착되었다.
 이와 함께 바위구멍을 조성한 바위가 거북형은 민속의 거북 신앙과 관련이 있다. 거북은 십장생(十長生)의 하나이며, 독립 바위의 대부분은 어느 방향에서라도 한 방향에서 보이는 형상이 거북 모양을 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는 불변과 안정적인 상징물에 구멍을 조성하여 특별한 효험을 기대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 함창지질도(國立地質調査所, 1:50,000, 일부 발췌 편집)


 이 지역의 지질은 대가산 편마암과 동쪽으로 금곡리 편암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지표면에는 화강암과 편마암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바위에 조성된 구멍의 크기 즉 개별 구멍의 지름과 깊이는 다른 지역의 크기보다 크게 나타나는데 이는 기반 암반이 지질 경계에 있어 나타나는 암반 특수성 때문으로 생각된다. 암반 또는 독립 바위의 표면에는 지름 15㎝ 내외의 구멍이 인공적으로 조성한 구멍 이외에 오봉산 능선과 이안면 소암리 등 여러 군데에서 확인되는 것을 볼 때 지름이 큰 구멍은 암반 형성 때 생긴 기존 구멍을 활용해 조성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 암반과 바위 표면에 나타나는 지름이 큰 구멍이 나타나는 현상은 지질 분야의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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