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삶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한순간의 열정이 아닌 꾸준하고 부지런함을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는 버팀목이다. 그들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틈틈이 짬을 내면서도 자신의 삶을 알차게 일궈간다. 삶도 예술도 놓치지 않으려는 고집과 의지가 느껴진다.
그들이 보여주는 예술가로서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냥 쉽고 편하게 사는 방법도 있을 텐데 왜 그리 힘겨운 길을 택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작업할 수밖에 없으니 그만큼 치열하다. 미술에 대한 열정이 생활 곳곳에 녹아 흐른다. 그 향기를 멀찍이 떨어져 음미하다가 가끔 노크하고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떼려야 뗄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인가? 빵을 굽고, 차를 끓여내고 커피를 내리는 순간에도 예술가임을 잊지않는 그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그 자리.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은 나 자신을 만나는 순간이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또 어떻게 표현해야 특유의 질감과 색감, 어우러짐과 멋을 품게 되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한다. 그런 성실함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물감이나 흙, 직물이나 한지, 안료나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들이 빚어낸 정교하고 섬세한 작품들 속에 아름다움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자신 안에서 발견하려는 구도자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고 따스한 시선이다. 모든 것을 순리에 맡기고 작품을 완성해가는 즐거움과 행복을 엿볼 수 있다.
순간적으로 느낀 봄 이야기나 나뭇가지 끝에 걸려 흔들리는 연 하나, 산맥과 숲, 차창을 스치는 물방울, 언젠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곳, 찰나를 스쳐가는 빛, 손때 묻은 고서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연습한 글씨와 실, 한올 한올 아픔을 이겨내면서 짜내려간 러스, 불의 무늬를 입고 태어난 도자기 그리고 자화상과 사랑, 해와 소나무와 흘러내리는 물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따스한 정감과 깊이를 가진, 투박하거나 담백하고, 자유분방하거나 절제된 모습이다. 결국 모든 작품은 그 순간과 함께한 ‘나’의 또 다른 표현이자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그들이 느끼는 고뇌나 힘겨움이 내 안에도 있음을 발견하고 작품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한발 한발 끊임없이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얻기도 한다. 안개비가 촉촉이 내려 아이비 잎사귀가 연초록으로 빛나는 날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므로 나의 삶과 그 길의 기억조각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즐겨하는 것들. 놀이, 꽃, 패브릭, 고전의 시대… 그런 소재를 통해 나의 작품세계를 표현하였다. 인물은 나에게 언제나 매력적인 작품 소재로 다가온다. 인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면 오랜 시간 작업에 몰입해야 하지만, 작가의 노동은 감상자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 타샤 튜더, 그녀의 삶을 동경하다 자연주의를 실천하며 살게 되고 그녀의 삶과 인물을 소재로 10여년간 작업하였다. 이제, 나는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_작가노트 중, 이경숙
누군가는 소통의 도구로 또 누군가는 그림의 본질적 매력에 끌려 붓을 들고 고뇌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지금의 나는 왜 이러한 실험을 하는가?
화실에서 목탄과 몽땅연필을 주워모아 빛바랜 소묘에 빠져 들던 치기어린 아이는 어느덧 그래픽을 전공하게 되고 디지털의 매력에 젖어 물감의 촉촉한 감성을 잊은지 오래다. 조바심많은 나만의 작품놀이터에는 역설적으로 디지털의 알고리즘과 레이어들 저장패턴의 도움으로 더 빨리 공간이 채워지고 더 많은 실수와 착오들을 덮고 수정하고 새롭게 해석한다. 그리하여 나는 이 놀이터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숲을 거닐다 줄 끊어진 연 하나가 눈에 띄었다. 수백년 고목의 끝자락 봄 새순들에 얽기고 기대어 며칠인지 한자리에 멈춰 서서 그 속에서 살아있고 움직이고 베어나는 봄 향기와 백색의 소음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때로 불어오는 파리한 바람에 흐느적거리듯 몸을 실어보지만 얽힌 타래의 끈에 그냥 순응하는 나를 발견한다. 성밖숲, 누구하나 관심가지지 않는 수백 년 고목들로 둘러싸인 고성에서 나는 끈 떨어져 방황하는 연이 되어 또 하루의 상상의 공간을 이죽거려본다. _작가노트 중, 전정호
#숲
나는 숲을 그리는 작가다. 나무의 숲이든 인간의 숲이든, 아니면 상념의 숲일 수 있는. 나와 숲은 물리적 힘을 가하면 얻어지는 자연발생적 효과를 이용해 아크릴의 산과 골을 형성한다. 산은 그저 빛으로 남기고 움푹 페인 골에 세상에서 가장 섬세한 미술도구인 펜으로 나만의 숲을 채워간다. 빛으로 남은 산을 들어올리기도 하는 나의 숲은 빼곡한 여정으로 남은 화폭을 지배한다. 나의 일상 나의 삶을 이야기하듯.
_작가노트 중, 정주현
Art is long, Life is short! _작가노트 중, 정태경
감탄하는 미소와 드넓은 봄 자리의 풀들과 마주하는 손길은 모두 따사로운 햇살속에 스며든다. 참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은 동화속의 한 장면처럼 정말 따듯한 순간들이고 그것은 살포시 피어나는 봄이야기다. _작가노트 중, 하승희
나는 우연성을 추구한다. _작가노트 중, 노환우
본 작업은 시골집 헛간 어두운 암흑 속에서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100여년 엔틱한 아름다움 위에 과하지 않게 물감 한 붓 정성껏 그어 올려 예술작품과 정보전달의 매개체로 다시 태어나 세상 밖으로 빛을 마주하는 역사와 시간의 의미 있는 고증입니다. 선조들의 지문에 삭고 닳은 그 오랜 세월을 견고한 크리스털 레진 안에 고이 담아 밝은 곳에서 후손들과 또다시 긴 세월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건히 제작한 이번 고서시리즈는 오랜 인고의 세월을 지나 해체와 창조로 재탄생하는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되길 바랍니다. _작가노트 중, 황정목
#일월오봉도
일월오봉도는 조성 궁궐 정전의 어좌에 설치되어 있으며, 화면을 구성하는 해와 달, 다섯봉우리, 소나무, 한쌍의 폭포, 힘찬 파도와 포말은 음양과 오행의 원리를 보여줌으로써 왕의 존재, 위엄과 권위를 상징하고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의도에서 도화서 화원에 의해 제작되었던 그림이다. 그림을 그리며 도화서 화원들이 그러했듯 수백번, 수천번의 붓질에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_작가노트 중, 허선진
수행을 하듯 천을 자르고 캔버스를 만들고 물감을 바르고, 바르고, 바르고, 물감을 파내고, 없애고, 들어내고 이는 그리는 것이 아닌 나를 비워내는 과정이다. 반복적인 행위는 스스로 자생력을 가지며 리듬을 찾는다. 그 리듬 속에서 관계성과 존재성을 발견한다. 리듬을 느끼고, 리듬을 타고, 리듬을 흘려보내면서 인생의 희망적 메시지를 보게 된다. 리듬은 나를 이끌고 나를 춤추게 한다. 나를 살아가게 한다. _작가노트 중, 박선영
순수한 색과 자유로운 형태의 이끌림은 현실을 초월한 창조의 세게를 동경하게 해 주는 통로, 인생에 있어서 모든 가치는 사랑이 그 바탕, 나의 작은 화폭에도 초월과 사랑의 빛이 깃들 수 있기를… _작가노트 중, 박세경
무엇인가를 만지는 것은 한없는 몰입이며 힐링입니다. 그렇게 내 속의 것들을 하나 둘 풀어내어 설레임과 따뜻함을 작품에 오롯이 담고 싶었습니다. 제 작품은 힘든 노동의 시간입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손마디마다 고통이 따르지만 그 시간이 저에겐 쉬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작품 속에 담고 싶었던 그 마음이 여기 멈춘 걸음에서 시선이 가리키는 곳, 잠시 쉬어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_작가노트 중, 박정애
달없는 그믐밤 어두운 곳에서 검은 고양이를 바라본다. 철학자 러셀은 철학하는 것이 이와 같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내가 예술로 나아가야할 길의 풍경이라 생각한다. 더러 혹자들은 자신감으로 뭉쳐져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어두운 곳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고 뽐내며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길일뿐이다. 그것은 정신의 직물을 짜는 것과 같이 흘러가며 완성되어가는 것이지 서답 빨래하듯이 후다닥 그려낼 성질이 아닌 것을 이제야 똑똑히 알고 있으니 응축의 시간만 끝없이 흘러갈 뿐이다._작가노트 중, 윤석후
유무상생(有無相生)의 지극함은 무형(無形)에서 유형(有形)으로 변화하고 더불어 유형에서 무형으로 일순간도 쉼없이 성실하게 순환된다. 존재의 미약함을 알기에 공경의 마음으로 바람과 순리에 몸을 맡긴다. 스스로 그러함 속에서 세상만물과 소통하고 동화되는 속에서 우주와 하나됨을 알아차린다. 무수한 생명의 하느님과의 관계를 茶 한잔 앞에 두고 마주한다. 내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茶. 茶는 홀짝홀짝 마시는 존재만은 아니다. 茶는 佛이니, 茶를 마주하는 내가 곧 부처이다. _작가노트 중. 배현무
한 생을 살며 내안에 내포된 꿈들을 한지 위에 써내려가며 나를 다스립니다. 좋은 글을 쓰며 그 마음이 내 인생이기를 배우며 바라고, 날실과 씨실로 한올한올을 빼곡히 짜나갑니다. 잠시 쉬어가는 여행도 가고, 간혹 힘든 풍파도 만나지만 참으로 행복하답니다. 이 다음엔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가슴이 뜨겁습니다. _작가노트 중, 배정민
크고 작은 순간이 모여 시간이 되고 세월이 되고 기억이 된다. 행복한 순간도, 아픈 순간도 시간이 흐르고 세월을 보내면 그냥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한다. 아침저녁 피부에 스치는 바람이 좋고, 하루하루 다르게 짙어져 가는 산과 들이 아름답다. 일상 속 소소한 것들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것, 이것이 행복이다! _작가노트 중, 이호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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