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산책을 하다 보면 허물어지거나 낡아 기울어져가는 집들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좁은 골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흘러나왔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흘러갔는지?
유리문이 닫힌 지 오래됐지만 아마 동네 구멍가게였던 곳으로 보이는 집도 있고, 하늘색과 고동색 타일이 촘촘히 박힌 구식 양옥집도 있고, 세모난 지붕에 벽이 나무로 된 특이한 모양의 일제시대쯤 지어진 집도 있다. 빨간 벽돌집도 꽤 많고, 지붕에 얹은 슬레이트가 무너져 내린 집도 있다. 대문 위에 화분을 얹어 꽃을 심거나 여름이면 고추나 상추를 심어 먹는 집도 있다.
요즘 들어 이런 집들이 어느 날 사라지고, 그 터에 빌라나 원룸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왜관역 부근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순간순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원룸촌이 생겨난다.
예전엔 참 많은 식구들이 촘촘히 박힌 옥수수알처럼 부대끼면서 살았는데, 그렇게 좁아터진 집이나 비좁은 골목길, 작은 구멍가게를 공유하면서도 불편한지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도 부족하고, 화장실도 불편하고 먹을거리는 더 없어서 군것질이래야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 삶은 것, 과자도 귀했고, 음료수는 더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가끔 엿장수가 가위를 쩔그렁거리며 리어카를 끌고 마을 어귀로 들어서면 집에 있는 비료 포대나 빈병이나 낡은 책, 종이 쪼가리나 무엇이나 가져다줄 게 없나 연방 눈을 크게 뜨고 뒤지곤 했었다.
할머니가 신던 한 짝 밖에 없던 검정 고무신을 들고나가 엿을 바꿔 먹곤 할머니한테 혼나기도 했던 기억들. 떨어져서 못 신는 고무신을 아까워서 버릴 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가끔 장에 나간 엄마가 뻥튀기를 사 오거나 쌀이나 옥수수를 튀겨오면 한 줌씩 쥐고 우물거리곤 했었다.
지금은 마트도 너무 많고, 마트엔 먹을거리며 살 거리들이 넘쳐난다. 냉동식품도 수만 가지라 고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한 겨울에도 딸기나 참외를 먹을 수 있다. 예전엔 제철이 아니면 볼 수도 먹을 수도 없던 과일들이 지천이다. 돈만 있으면.
구도하 작가의 사진들은 그런 틈바구니를 잊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살아내는 사람들의 억척스러움, 폐허나 공터를 버려두지 않는 바지런함과 거기서 자라고 있는 열매와 꽃들을 본다.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버려진 파라다이스 Abandoned Paradise
재개발을 앞두고 모두가 떠났다고 예상한 어둠 속에서 온통 파로 뒤덮인 텃밭을 발견했다. 아직 남은 주민들에 의해 가꾸어진 텃밭은 떠나야만 하는 운명을 거스르는 듯 푸르러 보였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뿌리를 내리고 수확을 거두기까지 돌봄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마치 정든 곳을 떠나야만 하더라도 그들은 삶을 멈추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에도 꿋꿋이 삶을 이어나가는 태도를 보여 주는 듯하다.
색색의 담벼락은 반쯤은 철거된 주택과 텃밭 사이의 영역을 나눈다. 동네 치안 유지와 활기를 위해 존재했던 과거의 시간을 보여 주며 그 용도는 잃었지만 이 작은 영역이 앞으로의 희망임을 대조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텃밭을 감싸는 원색의 초현실적인 장면은 재개발 앞에 놓인 삶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며 우리에게 주거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구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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