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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영철 작가 개인전, 구미문화예술회관 ‘행복 품은 꽃랑이’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2년 0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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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문화예술회관 전시회에 다녀왔다. 1월 6일이니 벌써 한달이 다 됐다. 군대에 간지 8개월만에 휴가를 받은 아들과 함께였다.

이영철 작가의 전시회 참관은 두 번째다. 지난해 갤러리 오모크에서 열린 전시회에도 다녀왔다. 캔버스 가득 진청색 하늘이 담겼고, 샛노란 달빛이 쏟아져 내리는 들꽃이 가득한 들판에 두 남녀가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 사랑스럽고 앙증맞다.


꽃밥, 꽃이 한가득 쌓인 밥그릇. 달콤한 사랑의 향기가 날 것 같은 그림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 아마 작가님의 인상도 그럴 것 같다.

좀 더 일찍 전시회에 다녀온 느낌을 글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그 사이 부산에 내려가 있었다. 손녀가 태어나 돌봐주러 다녀왔다.


처음 부모가 되던 20여년전의 기억이 소환됐다. 밤낮으로 깨어나 눈꺼풀이 내려온 체 젖을 먹이는 딸아이가 그저 안쓰럽다. 어른이 된다는 것, 부모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조금 늦게 알았으면 했는데.

2주간 돌봐주고 나서는 온몸의 뼈마다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서 결국 자신부터 추스르고 다시 돌봐주기로 하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1주일간 앓아 누웠다. 할머니도 공짜로 되는 법은 없나보다. 이젠 나의 꿈은 잠시 내려놓으려고 한다. 내 꿈보다 손녀의 꿈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갓난쟁이지만 한발 물러나 이 아이가 행복했으면 하고 빌게된다.

이영철 작가의 그림에는 그런 소망이 담겨있다. 이날 전시회에서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됐다.


김천시 봉산면 신암1리. 하루에 시내버스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들어오고, 밀과 보리, 조, 수수 밭농사가 전부였던 산골에서 가난한 철도공무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영철 작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받아든 교과서의 삽화그림에 매혹돼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어머니의 응원을 받으며 한일중, 성의고등학교를 다니며 미술부 활동을 계속했다. 고생길이 훤한 화가의 길을 반대한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구로 내려가 스물다섯살에 대학에 진학한다.

지독하게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은 작가에게 자연과의 교감과 소통의 길을 열어주었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형성된 감성은 평생을 통해 퍼올릴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창작의 샘이 되었다고.


대학 시험을 치룬 날 돌아가신 아버지. 대구에서 김천으로 돌아와 막차가 끊긴 밤길을 걸어 돌아오던 길. 막막하고 절망에 휩싸였던 시간. 일요일이면 고물자전거에 화구를 싣고 직지사 경내와 계곡에 들어앉아 그림을 그렸단다.

직지사와의 인연은 계속되어 그후 고향을 찾을 때마다 들러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공간이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6년 뒤 형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1996년 37살이던 어머니도 중풍으로 쓰러졌다. 어머니가 입원하신 병실 벽에 부처님을 그려붙였더니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그때부터 그림을 그려 간호사와 환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2012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49재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들꽃이 만개했단다.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했다는 불효와 슬픔을 들꽃을 그리면서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자 했다고. 작은 들꽃 한송이를 그리는데 스무번이 넘는 붓질과 그런 과정을 다섯 번 이상 반복하다보니 온몸이 아팠다고. 그러나 천송이를 넘어가자 온갖 번민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는 작가. 어머니에 대한 슬픔도 잊고, 들꽃을 그리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단다. 내 속에 있는 슬픔과 아픔도 치유하고 싶은데 그림을 그리면 가능할까 생각해본다.

이영철 작가는 “앞으로 나는 계속 봄을 그리고 싶다. 그린 꽃은 시들지않고, 그린 봄날도 떠나지 않으니까. 내 고향의 추억과 직지사에 만개한 정신의 꽃도 그리고 싶다. 그래서 간혼 지난날 나처럼 고향과 희망을 망각하고 사는 사람들 가숨 속에 여진히 잠자고 있을 봄을 일깨워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2전시관에서는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드로잉이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다.

“나는 드로잉이라는 방법으로 생활 속에서 만난 평범한 인간들의 열정과 사랑, 희망의 에너지가 내재된 현대인의 다양한 삶의 단면을 기록하는 데 관심이 많다. 나는 인물을 보고 그리지는 않는다. 직접 보고 현장에서 인물을 그리면 자꾸 그 인물의 현상에 얽매이게 된다. 그러면 선이 자유롭게 그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릴 대상이 정해지면 유심히, 자주 그 인물의 이미지를 들여다보다가, 막상 그릴 때는 마음에 남은 잔상만 순간적으로 그린다.”

드로잉에 쓰는 종이는 작업실로 들어오는 편지지, 엽서, 팸플릿 봉투와 내지, 종이가방, 박스 등을 필요한 색상과 형태로 잘라서 재활용하고 있다.

드로잉은 주로 볼펜으로 하고, 먹, 압축목탄, 수채, 오일스틱, 유성펜, 크레파스, 콘테 등으로 추가 채색한다.


“내 작업은 주된 목적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성취하려고 애를 쓰는 명예, 금전, 지위 등등 사회적 지형도를 바쁘게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 점점 잃어가는 중요한 것, 즉 사랑, 우정, 꿈, 느림, 여유, 웃음, 열정들을 그림을 통해 환기시키고 되찾고자 하는 데 있다.”

기록한다는 것. 누군가를 만나 그 순간 느껴지던 느낌과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작가로서 한사람 한사람을 잊지않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을 짧은 글로 남겼다. 이런 순간들이 쌓여 아름답고 정겨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삶의 순간순간이 아름답다는 것. 지금 비록 힘들거나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이라도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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