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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곽호철 작가의 작품세계 - 치열함, 그 존재의 ‘홀로서기’


조진향 기자 / joy8246@naver.com입력 : 2021년 0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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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작가 안에 숨은 질곡과 방황, 생각의 흐름이 함축된 작품세계를 어떤 단어로 축약할 수 있을까?

작가는 하나의 세계이자 우주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하고 종잡을 수 없지만 한편으론 단순하다. 그 단순함은 집중, 고요와 연결된 우주와의 대화다. 작가는 그런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고, 자신을 오롯이 내맡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원초적이고 초월적인 감성은 현실을 꿰뚫고 이상 세계를 향해 열려있다. 낭떠러지 앞에서도 자유로울 뿐더러 더 넓은 세계를 향한 용기와 무모함도 지니고 있다.

곽호철 아틀리에 안에는 한라산이 운무에 가려진 제주 바닷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실 절반 크기로 한창 작업 중이다. 왜관철교와 해바라기, 왜관베네딕도 수도원이 벽면에 기대어 있다. 친구같다. 작품의 원천이 늘 봐오던 익숙한 풍경임을 발견한다.



정갈함. 머리카락 한 올, 먼지 한 톨도 허락하지 않는 투명함이 느껴진다. ‘곽아트’라는 그만의 기법은 작품 표면에 자잘한 파도처럼 일어나거나 잡티 하나 없는 매끈함으로 또는 움푹 패인 생채기로 삶의 단면을 투영한다.

작가라면 재료의 성질과 습성, 모든 것을 파악하고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재료에 끌려다니거나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이다. 수많은 재료 가운데 작가와 만나 인연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작품으로 탄생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도 적절한 쓰임이나 다루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뿐.

한때 파산신청까지 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 초창기부터 간직해 온 작품들을 버릴 수밖에 없었을 때 그는 피눈물을 쏟으며 자식을 버리는 심정이었다고.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그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스며있다.

캔버스를 살 돈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MDF, 타일, 기와, 포장지, 부직포, 아크릴판….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미술재료이자 캔버스고 실험도구였다. 그는 버려지는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회화는 대상을 정확하게 그리는 능력을 뛰어넘어 그것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 대상에서 느낀 독특한 감정이나 아름다움, 감성까지 담아내는 그릇이다.

초기 작품에 나타난 곽아트 기법은 삶의 무게를 기호로 함축하며 음과 양, 좋고 싫음, 풍성함과 모자람 등 대조되는 개념들이 한낱 착시일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그의 작업은 실험과 도전의 무한반복이고, 흙에 뿌리내려 친근하고 흔들리지 않는 삶에의 긍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긍정은 그의 작업과정을 묵묵히 지켜봐주고 응원해 준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연리지로 표현된 ‘인연’은 그래서 작가의 힘이자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다.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작년 여름, 1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칠곡아트페스티벌과 제45회 맥심초대전을 주도하고, 대구 전태일기념관 건립기금 마련 ‘아름다운 사람들’ 전에도 참여했고,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인연의 형상’ 개인전까지 쉴새없이 달려왔다.

곽호철 作 '홀로서기'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작가는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가장 효과적인 표현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묻고 탐구한다. 그리고 혼신의 열정을 쏟아 작품을 완성하고, 작품을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대한다. 작품 전시회를 통해 작품이 더 넓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도록 한다. 작품을 포장하는 일에도 정성을 기울인다.

“하나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작가를 알수 있죠”

작품을 만드는 것만이 전부라 생각했던 작가의 개념을 바뀌준 계기가 곽호철 작가를 통해서다.

곽호철 작가는 말한다. 영감을 주는 풍경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몇 번의 방문 끝에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오면 사진은 컴퓨터로 옮겨지고, 작가가 그 풍경에서 받은 영감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워진다.

곽호철 작가에게 컴퓨터 화면은 또다른 캔버스다. 하나의 점, 선, 면 모든 것이 화가의 손끝에서 살아난다. 기존의 색을 빼고 작가만의 색깔을 입힌다. 어디선가 본 공간이 새롭게 탄생한다. 어느 곳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풍경이다.

작품의 크기도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딱 그 만큼이다. 실사로 인쇄된 밑그림은 작가가 주문한 알루미늄 프레임 위에 팽팽하고 촘촘하게 자리잡는다.

“작품의 앞면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뒷면도 중요하죠”

온도와 습도, 비율까지 정확히 맞춘 공간에서 작품은 투명한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는다. 어느 곳에 어떤 패턴과 포인트를 주느냐는 온전히 작가의 몫.

“현재 작업실 정도되는 공간만 더 있다면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죠.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 꼭대기인 6층 작업실이다보니 작품 전시회때마다 사다리차나 전문 운반차를 불러 300호가 넘는 작품을 운반하는 것이 힘들어요”라고 토로한다.

지난해 지인의 도움으로 꽤넓은 공간으로 옮겨 작업하기도 했지만, 온도와 습도, 먼지와 곰팡이에 민감한 그림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장마철 한꺼번에 올라온 곰팡이는 오래전 잃었던 작품에 대한 아픔을 상기시켰고, 즉시 예전 작업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실험해왔던 것처럼 새로운 시도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작업공간과 온전히 작품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에는 ‘1사1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총동창회와 기관·단체를 찾아다니고, 가족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뜻을 같이하는 화가들의 동참을 요청하고 새로운 작품활동을 독려한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지는 작가 자신도 알지 못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처럼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 그림은 캔버스에만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한발 앞서 걸었던 마네를 그 시대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처럼 그러나 새로운 물결로 퍼져나갔듯 곽호철 작가의 새로운 시도 또한 ‘곽아트’라는 새로운 조류로 퍼져 나가리라 감히 예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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